게이샤/이와사키 미네코·랜디 브라운 지음
일본 전통문화의 상징 중 하나인 게이샤(藝者)의 세계를 최고의 게이샤였던 지은이 이와사키 미네코가 직접 들려준다. 게이샤 자신의 고백록으로는 첫 책(원서 출간 2002년)이다. 이와사키는 1960, 70년대 게이샤로 활동하다 게이샤 세계의 지나치게 경직된 체계와 구습에 반발, 절정기인 29세에 은퇴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 외국 귀빈을 접대했고 광고 모델도 하면서 돈과 명예를 거머쥐었던 그의 갑작스런 은퇴는 게이샤 사회 안팎에 충격을 던졌다. 이 책은 전통 음악과 춤을 배우는 엄격한 도제식 수련과정과 화장법, 의상, 행동양식 등 그동안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게이샤의 삶과 문화를 세밀하게 전한다. 그리고 게이샤는 몸이 아니라 예술을 판다는 자부심을 강조한다. 실제로 일본 상류사회는 게이샤를 며느리로 삼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윤철희 옮김. 미다스북스 1만5,000원. /오미환기자 mhoh@hk.co.kr
나는 죽을 권리를 소망한다
/뱅상 욍베르 지음
'나는 나를 위해서, 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죽음을 바란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이, 언젠가부터 그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이 끔찍한 나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19세에 교통사고를 당해 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결국 올해 9월 안락사로 숨을 거둔 프랑스 청년의 병상 기록이다. 프랑스는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 안락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다 어머니가 안락사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청력만 살아있는 상태에서 어머니가 불러주는 철자 중 한 자씩 골라내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며 쓴 글이다. 욍베르는 '이곳에 내 삶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죽음을 결심했고 간곡하게 어머니를 설득했다. '환자가 결코 회복될 수 없다는 진단이 떨어졌을 때 그가 자연사에 근접하게 생을 마칠 수 있도록 의료 환경 내에서 어떤 지침 같은 것들이 정해져야 한다'는 지적은 새겨볼 만하다. 최내경 옮김. 빗살무늬 9,0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롬멜 /마우리체 필립 레미 지음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사나이.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2차 세계대전을 주도하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장군으로까지 불렸던 에르빈 롬멜은 하나의 신화로 역사에 기록됐다. 그를 히틀러에 동조한 인물로 숭앙하는 이건, 독재자의 인종 청소에 저항하며 다른 길을 걸었던 영웅으로 보는 이건 간에 한결같이 자신들만의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독일의 명망 높은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는 이런 양쪽의 맹신에서 잘못된 사실과 편견을 골라내고 본래 롬멜이 지닌 모습을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복원한다. 부하들로부터 절대적 사랑을 받았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서부터 나치에 동조한 어두운 모습까지 빼놓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다. 박원영 옮김. 생각의나무 2만5,000원.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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