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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곳간이 텅 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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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곳간이 텅 비었어요"

입력
200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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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재정난에 허덕여 온 시민단체들이 연말을 맞아 잇따라 대규모 후원회를 개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연말이 되면 연초부터 적립해놓은 회원 회비를 소진, 재정 상태가 바닥을 드러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도 없고, 더구나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가 넘쳐나는 요즘 활동을 중단할 수도 없어 재정난 타개는 시민단체들에 최대 숙제로 떠오른지 오래다.수지 김 사건, 군 의문사 등 각종 의혹사건 진상규명, 인권문제 상담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온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8일 창립 15년 만에 처음으로 후원모금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주리 사무국장은 "교회의 지원 없이 평신도들의 자발적 참여로 꾸려온 까닭에 회비와 개별적 후원금 등 고정 수입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데 반해 교도소, 군부대 인권문제 실태 조사 등 활동영역 확대로 인한 지출은 크게 늘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세금혜택을 얻고 위원회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사단법인화를 추진하다 보니 법인 등록시 요구되는 자산 등 재정적 요건을 갖출 필요가 생긴 것도 후원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다음 달 11일 1,000여명의 회원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가톨릭회관에서 열리는 천주교인권위 후원모금에는 영화감독 박찬욱씨, 배우 문소리씨 등이 출연해 행사를 도울 예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미 지난달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후원회를 열고 정·재계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 400여명으로부터 1억6,000여만원을 모금했다. 이는 경실련 연간 예산의 20%에 달하는 금액. 고계현 정책실장은 "연간 6억∼8억여원에 달하는 예산 중 일반 회비로는 30∼40%밖에 충당할 수 없다"며 "나머지 부분은 자체 수익사업과 후원금 모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실장은 "가장 이상적인 재정난 해결 방법은 효율적인 회원관리지만 부족한 상근 인력을 회원관리에만 쏟아 부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대부분의 단체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원 수가 적은 군소 단체들이나 시민운동의 순수성 훼손을 우려해 후원회를 열지 않고 있는 단체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운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회비로만 운영하는 단체들의 경우 상근 직원들의 급여가 월 30만∼40만원에 불과해 부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기부문화의 부재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시민운동의 전문성 확보는 물론, 당장의 재정난 타개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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