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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독일전서 패기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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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독일전서 패기 보여줘라

입력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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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세계청소년선수권이 드디어 열전의 막을 올렸다. 이번 선수권은 사실상 성인이나 마찬가지인 20세 이하가 참가, 미니월드컵으로 불릴 만큼 비중 있는 대회여서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또 한번 잠을 설치게 생겼다. 1983년 멕시코대회 4강신화를 기억하고 있는 한국은 이번 대회 예선통과는 기정사실로 믿고 있는 분위기다. 정조국 김동현 최성국 권집 등 쟁쟁한 멤버로 짜여진데다 국제대회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왔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한국은 그러나 독일, 파라과이, 미국과 같은 강적들과 함께 '죽음의 F조'에 속해 결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박성화 감독도 제일 중요한 독일과의 첫 경기는 수비를 튼튼히 한후 역습을 펼치는 전략으로 맞서겠다는 신중론을 밝혔다.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나는 대표팀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수비위주로 나갔다가 전반 2골을 허용, 후반 대등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수비위주로 나간 것이 소극적인 플레이로 연결돼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한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대표팀은 과거와 달리 많은 국제경험을 갖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때문에 자칫 수비위주 전략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선수들도 국제무대의 등용문인 이번 대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라도나, 피구, 앙리, 사비올라 등이 이 대회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축구도 이제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대우받는 만큼 선수들도 스스로를 적극 홍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대표팀은 이름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가 잇단 패배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을 때 여서 이번 청소년 대표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팬들도 승패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떠오르는 스타들의 성장과정과 새로운 축구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이번 대회의 재미를 만끽했으면 좋겠다.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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