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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프리가 만난 사람-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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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프리가 만난 사람-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김영희

입력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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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요즘 결혼한 10쌍중 5쌍이 이혼을 한다. 이혼율 세계 2위. 나머지 3쌍은 법적으로 부부일뿐 남남처럼 서먹한 관계를 유지한다. 10쌍중 2쌍만이 결혼생활에 만족하며 사는 셈이다. 도대체 우리시대의 결혼 혹은 부부관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이혼법정에 선 부부에게 마지막 화해의 기회를 제공하는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희(60ㆍ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씨는 “젊은 부부들이 너무 이기적이다. 인생의 좋은 것들만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한다. “100점 짜리 인생, 100점 짜리 결혼이 있나요. 인생에는 꽃피는 봄도 있지만 천둥번개 휘몰아치는 여름도 있고, 낙옆 지는 가을도 있습니다. 인생의 사계절을 함께 한 부부만이 겨울에 숨막힐 듯 피어나는 눈꽃사랑의 아름다움을 깨닫게되지요.”

2003 이혼법정- 억울해서 헤어진다

이혼소송은 두 당사자가 정식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 반드시 조정절차를 거친다.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취지에서다. 1997년 당시 윤관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아 조정위원으로 활동한지 벌써 7년째, 김 위원은 “이혼사유는 한결같이 ‘성격차이’지만 이혼 연령층이나 이혼자녀를 보는 부모의 태도 등은 참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예전엔 30대 부부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요즘은 50대 장년층의 이혼소송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여태 잘 살았는데 왜 헤어지려하냐고 물으면 대답이 한결같아요. ‘억울해서 헤어진다’는 거지요.

결혼생활 내내 서로 감동받지 못하고 불평과 불만속에 살아오다가 애들 다 키우고 막판에 ‘너도 한번 당해봐라’하는 심정으로 이혼하는 거예요. 주변사람들의 태도도 이혼을 부추기는데 한몫 합니다. 전엔 이혼하는 딸에게 친정어머니가 참으라고 뜯어말렸잖아요. 그런데 요즘 어머니들은 안그래요. 싫으면 헤어져라 그러죠.”

달라진 이혼풍속도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냉정하다. “저는 절대로 이혼을 말리지 않습니다. 이혼법정까지 오는 것은 보통 용기 아니면 못해요. 또 본인들도 오죽 많이 생각하고 왔겠어요. 다만 이혼 후에는 더 험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지요. 사실 그런 용기가 있으면 지금의 결혼생활을 개선할 수도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게 좀 안타깝지요.”

김 위원은 이혼율 증가의 가장 큰 이유로 ‘우리사회의 일등병’을 꼽는다. “인생은 밸런스 입니다. 하나가 빠지면 하나는 넘치죠. 그런데 사람들은 ‘나는 다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능력있고 잘 생긴데다 성격까지 좋은 남편, 현모양처에 효부의 품성까지 두루 갖춘 아내를 바래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내가 뭔데 남들 못가진 것을 다 가져야 하나?’. 내가 상대방에게 불만족스러운 만큼 상대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자존심을 갖고 인내하라

그의 조정성공율은 70%를 넘는다. 주로 법조계 인사로 구성된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76명의 평균 조정성공률이 20%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12월15일에는 가정법원으로부터 감사장을 받는다. 탁월한 성공율의 배경에는 스스로 ‘일년 365일중 360일은 이혼을 생각했다’고 표현하는 험난한 결혼생활을 통해 걸러낸 인생의 지혜가 숨어있다.

김 위원은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1966년 5년 동안 열애해온 남편과 결혼했다. 일간지 견습기자이던 남편은 술과 친구를 좋아하고 경제관념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바람 같은 사람이었다. 월급 6,000원을 받던 시절에도 택시를 타고 출퇴근했고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불편해 빨리 써버려야 한다고 했다. 친구들과 술마시고 어울려 다니느라 한달이면 서너번이나 집에 들어올까, 술값으로 탕진하고 달랑 동전 몇 개만 남은 노란색 월급봉투를 내밀면서도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10년을 그렇게 제대로 된 월급봉투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살았다. 친정의 도움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든 세월이었다. 부모님이 결혼 8년만에 얻은 무남독녀 외딸, 애지중지 키웠던 딸이 결혼생활의 온갖 신고를 겪는 것이 안타까워 친정어머니는 늘 눈물을 뿌렸다.

“그 세월을 버티게 한 힘은 자존심이었습니다. 외박한 남편을 위해 다음날 아침 갈아입을 새옷과 인삼 다린 물이 담긴 보온병을 들고 회사 수위실에 가서 섰을 때 남편이 예뻐서 그랬겠어요? 남편의 꾀죄죄한 몰골을 보는 사람들이 외박해서 그렇다는 생각은 안하고 아내가 제 구실 못한다 소리를 하는게 싫어서 그랬지요.

36년 결혼생활동안 남편과 맞서 얼굴 붉히고 큰소리로 싸워본 기억이 한번도 없습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상대방과 똑 같은 방법으로 맞서지않습니다. 그러면 나도 같이 격이 떨어지는데 현명하지 못하죠.”

인고의 세월을 지혜롭게 헤쳐온 지금 김 위원은 비로소 ‘인생의 눈꽃’이 활짝 피어난 것을 느낀다고 한다.

“봄꽃은 그저 화사하지만 한겨울에 피는 눈꽃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입니다. 요즘 남편은 가끔 내 뺨을 두손으로 꼭 쥐면서 ‘우리 각시 참 이쁘다’ 그럽니다. 그 손의 떨림이 의미하는 것을 나는 느낍니다. 인생의 사계를 같이 한 부부가 서로에게 느끼는 이심전심이지요.”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결혼생활 7계명

혀끝을 조심하라 - 혀끝에는 보이지않는 독화살이 주렁주렁 달려있어 상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독한 소리는 정말 못살고 헤어질 때 한번 하는 것이다.

단점을 고치려고 하지말라 - 30년 산 인생을 단지 배우자라는 이유로 고치려하는데서 갈등이 온다. 단점까지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연애시절엔 이렇지 않았다’며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대신 그 단점을 모르고 결혼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타박하라.

두 사람만의 대화시간을 가져라 - 살림이야기나 아이들 이야기 대신 두 사람이 연애시절에 하던 이야기를 하라. 꿈과 사랑, 책에 대해 이야기하라. 가능하면 집보다는 아파트 단지내 산책로나 집앞 카페에서 대화하라.

잔소리는 1분이면 족하다 - 똑 같은 주제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잔소리만큼 끔찍한 고문은 없다.

자기 허물을 인정하라 - 자기 잘못부터 먼저 인정한다. 잘못해놓고 그걸 지적한 사람에게 화를 내면 안된다. 셔츠가 다려져있지 않다고 남편이 화낼 때 바로 인정하고 아이들 뒤치닥거리로 정신이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하라.

상대의 남다른 점을 발견하라 - 내 남편은 성질이 불같았으나 그만큼 세상과 타협하지않는 정신이 좋았다. 당신 남편의 장점은 무언가.

스스로를 잘 대접하라 - 과일을 깎아도 남편과 아이들한테는 잘 깎인 깔끔한 부분을 주고 자신은 제일 못생긴 부분을 먹는 아내들이 많다. 스스로를 낮게 대접하면 남들도 당연히 낮게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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