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업계에서 극세사 전문기업 은성코퍼레이션 이영규(李榮珪·45·사진) 사장만큼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최고경영자(CEO)도 드물다. 타올, 가운, 때수건 등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제품을 내걸고 첨단 정보기술 업체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스닥 시장을 '호령'하고 있기 때문이다.은성코퍼레이션은 극세사(머리카락 100분의 1 굵기의 섬유) 클리너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초일류 기업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역시 45%로 사실상 적수가 없다. 이 회사의 제품은 주로 3M과 암웨이에 공급되며, 국내에서는 '세사'와 '바스롬'이란 자체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의 타올과 가운은 보통 섬유제품이 아니다"라며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은성코퍼레이션의 극세사는 원사(原絲) 2줄을 꼬아 만든 일반 실과는 달리 원사를 입체적으로 꼬아서 만들어 섬유의 볼륨감과 흡수력이 높다. 원래 이 기술은 일본 섬유업계가 1970년대에 개발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80년대 중반부터 일본 기술을 사들여 극세사를 생산해왔다. 이 사장은 "은성코퍼레이션의 극세사 기술은 일본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은성코퍼레이션은 협력업체들로부터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백화점 거래를 제외하고는 어음을 주지도 받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효성에서 퇴사하고 중소기업에서 경영 노하우를 배운 뒤 92년 창업하려는데 아버지 회사가 부도로 쓰러진 기억 때문에 어머니가 몹시 반대하셨다"며 "그때 어머니에게 '어음 거래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승낙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320억원을 기대하고 있는 은성코퍼레이션은 차세대 섬유시장 안착을 위해 나노파이버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나노파이버는 의료용 붕대, 생화학 방어복 등의 원단으로 사용될 수 있어 향후 시장 규모조차 짐작할 수도 없는 황금 시장이다.
이 사장은 "극세사의 기술이 나노파이버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일본의 데이진, 미국의 NASA 등과 기술경쟁을 벌여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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