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입법원(의회)은 27일 주요 정책이나 개헌문제를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투표법을 전격적으로 가결했다.입법원은 이날 표결에서 야당인 국민당과 친민당이 공동 제안한 국민투표법안을 찬성 114대 반대 96 표로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은 또 대만이 침략을 받을 경우 총통이 대만의 현상유지 여부(독립선포 여부)를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위조항'을 담고 있다. 방위조항의 통과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음을 의미한다.
이번 입법원의 표결은 각 당, 또는 정당연합으로 국민투표법안을 제안한 뒤 토론을 거쳐 각개 법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투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원내 소수파인 집권 민진당과 협력세력인 대련당이 공동 제안한 국민투표법안은 부결됐다. 민진당과 대련당의 법안은 국호나 영토변경, 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담고 있었다.
독립추진 세력인 민진당과 대련당의 법안이 부결됨에 따라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최근 밝혔던 '개헌 국민투표 시간표'는 실행이 어렵게 됐다.
천 총통은 당초 2006년 12월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2008년 5월 신헌법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과된 국민투표법안에 따르면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 이전에 개헌할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선행돼야 한다.
이번 국민투표법안은 대체로 중국과 대만관계(양안관계)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국민당과 친민당의 의견이 지배적인 내용을 이뤘다. 대만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인의 다수도 양안관계의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여당이 제안한 방위조항을 통과시킨 것은 중국의 무력침공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방위조항은 중국의 침공이란 전제가 있어야만 독립선포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독립추진 세력이 제안한 국민투표법안 부결로 양안관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은 다소 줄었다. 중국이 국민투표법안에 민감한 것은 이 법안이 장차 독립선포를 위한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이 현상유지 여부에 제한을 두지 않는 국민투표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일단 내년 3월 총통 선거 때까지는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는 천 총통이 당선을 위해 계속 강수를 쓸 경우 사태 악화는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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