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특검법 재의(再議)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한나라당 지도부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내주 초부터 민주당과 자민련에게 재의결 공조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직은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철회를 요구하며 강공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적 타개책은 재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각도는 다르지만, 일부 중진과 소장파도 "재의를 서둘러 정국 마비 사태와 여론의 비난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달 1일께 박관용 국회의장 주재로 4당 총무회담이 열리면 재의에 대한 민주당과 자민련의 입장을 확인한 뒤 본격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재의의 기본 전제는 민주당이 특검법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다. 민주당의 당론이 찬성이라고 해도 재의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청와대의 '분열공작'으로 인한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3당 총무회담에서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소속 의원들의 찬성기류를 전하며 한나라당의 재의 참여를 권유했으나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그것만으로는 재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유보적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홍 총무는 "최근 노 대통령의 자신만만한 표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작업'이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재의에서 특검법이 부결될 경우에 대비한 차선책을 함께 마련해두자는 입장이다. 강금원, 이기명씨 등 나머지 대통령 측근의 비리의혹까지 포함시킨 특검법을 새로 만들어 기존 특검법이 부결되면 바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동의하면 재의에 응할 수 있다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문제는 재의 거부에서 재의로 U턴하는 명분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도부는 "강경투쟁이 민주당 전당대회 후 재의를 시도하기 위한 시간 벌기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에 반박논리가 마땅치 않아 고심 중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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