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아마추어 합창단이 활성화되는 반면 전공자 중심의 프로 합창단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현상은 이런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합창을 즐기기는 어렵지 않지만, 잘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합창 발성은 독창과 다르고, 소리를 섞는 비결에 따라 앙상블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외국 합창단의 공연을 보면 각 단원의 소리를 배분하기 위해서 키 순서가 아닌 소리대로 줄을 세운 모습도 볼 수 있다.30일 저녁 7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하는 독일의 프로합창단 '다름슈타트 콘서트 콰이어'는 앙상블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정통 독일 합창단이다.
합창 음악은 종교와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독일,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 등은 각 나라의 종교에 따라 약간씩 다른 성향을 보여준다. 이탈리아가 맑은 음색과 각 성부가 또렷하게 들리는 앙상블을 선호한다면 러시아는 탄탄한 저음 위에 내지르는 고음의 대비가 뚜렷하다. 독일의 경우는 종교개혁 이후 루터의 영향을 받아 '코랄'이라는 합창곡이 발달했다. 주 선율을 중심으로 각 성부를 잘 섞어서 하나의 소리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
1977년 창단한 다름슈타트 콘서트 콰이어도 독일의 중세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 넓은 레퍼토리로 이런 독일 합창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반주 없이 24명의 남녀 단원의 아카펠라만으로 진행된다.
다름슈타트는 명망 있는 현대음악제와 함께 오랜 역사의 성악음악도 발달한 독일의 도시다. 만하임 국립음대 교수인 상임 지휘자 볼프강 젤리거는 미국의 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년에 함께 일한 경력의 소유자다. 합창과 오케스트라 양쪽에 정통한 지휘자다. 다름슈타트 콘서트 콰이어는 방송사에 소속되어 비상근으로 활동하는 대부분의 다른 독일 프로합창단과는 달리 단원들이 상근 활동한다.
앙상블 훈련을 받은 성악가를 뽑아 오랫동안 훈련시켜 88년에는 정상급 합창경연대회인 'Let the Peoples Sing'에서 최고상인 은장미컵을 수상했다. 아쉬운 것은 내한 공연에서 들려줄 한국 곡이 박정선의 창작곡 '자장가'와 '엄마야 누나야' 두 곡 뿐이라는 점. 그러나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 자비어 부스토의 '아베 마리아', 펜데레츠키의 '야누스 데이' 등 독일 곡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합창명곡을 들을 수 있고, 보너스로 비틀스의 '미셀' 등 팝송도 선사한다. (02)2068―8000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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