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드린다고 생각하니 힘든 줄을 모르겠습니다"충북 충주시청 차량반 운전원인 이상홍(46)씨는 요즘 퇴근 후 틈만 나면 명아주 지팡이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명아주 지팡이는 명아주 줄기를 삶아 껍질과 옹이를 제거하고 사포로 다듬은 뒤 4, 5차례 옻칠을 해야 하는 등 손이 이만 저만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초 명아주를 수확한 뒤 두 달도 안돼 600개가 넘는 지팡이를 만들었다. 힘든 작업을 끈기로 이겨낸 결과다. 그는 지난 21일 노인회 충주시지회를 들러 지팡이 300개를 기탁했다. 곧 지체장애인협회에도 50개를 전달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명아주 재배에 도움을 주신 마을 노인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1990년부터 운전원 생활을 하고 있는 이씨가 지팡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5년 전. 신니면사무소에 근무할 당시 정부가 100세를 맞은 노인에게 대통령 하사품으로 주는 명아주 지팡이를 전달하다가 다른 노인들이 무척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명아주 지팡이는 단단하고 가벼운데다 모양도 품위가 있어 인기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 노인들이 쉽게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직접 명아주를 재배해보기로 했다. "전 해에 모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났어요. 부모님께 못다한 효도를 노인들께 대신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2001년 주덕읍 제내리의 종중 소유 공한지 600평을 빌려 시작한 명아주 재배는 경험이 부족해 실패했다. 키가 너무 웃자라는 바람에 줄기가 부러지고 재질도 물러져 못쓰게 된 것. 지난해 다시 모종을 한 그는 밑거름을 주고 순 자르기, 잡풀제거, 지주대 설치 등 명아주 밭 관리에 정성을 쏟았다. 이씨는 "일일이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드려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노인회장님에게 전달을 일임했다"며 "내년부터는 좀 더 작품성 높고 기품있는 효도 지팡이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충주=한덕동기자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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