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6일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다수당의 불법 파업", "규칙 위반"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 대통령은 또 민주당이 최근 당 강령에 반영키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도 반대하고 추미애 의원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토로했다. 민주당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던 이전 행보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노 대통령은 이날 전북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정치 공방도 헌법규정과 법에 맞게, 질서있게 하면 되는데 한나라당은 규칙을 집어 던지고 장외로 나가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장외투쟁은 옛날 소수 야당이 극단적인 경우에 하던 것인데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압도적 다수당의 규칙 위반이고, 다수당의 불법파업이며 불가피한 선택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양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규칙에 없는 양보를 자꾸 하면 정치질서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며 거부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도 내용은 부당하지만 적어도 절차는 지켰기 때문에 수용했었다"며 "그런데 그 이후 (한나라당이) 대화정치를 할 생각은 안하고 계속 압박하고 협박까지 해 '줄줄 끌려 다니다 말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서 이번에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 수사보다는 조직이 방대한 검찰 수사가 훨씬 더 까다로울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수사를 한 번 받는 것이 두 번 받는 것보다 좋다"며 "특검에 맡기면 조직의 차이로 수사가 잘 안 될 수 있어 검찰 수사권을 보호하기로 했다"고 특검법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이 같은 강도 높은 비난 발언은 특검법 거부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불러 일으키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원론적으로 봐서 반드시 분권형 대통령제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당과 국회를 지배하던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 때문에 나온 얘기인데, 지금도 그 기억을 갖고 이를 말하고 있다"고 덧붙여 자신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에 대해 "지난 해 12월22일 추 의원과 조순형 의원 등이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제안했었다"며 "그런데 추 의원은 그것을 자꾸 잊어먹고 나더러 '배신', '배은망덕'이라고 하는데 그때는 나하고 동업자였다"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새만금 사업 등을 거론하며 "전북은 앞으로는 (지역발전의) 희망이 열리고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광주·전남은 문제'라는 인식이 있고 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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