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윤소정, 조재현, 오지혜 같은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와 오태석, 손진책, 이윤택, 김광보 같은 스타 연출가, 그리고 목화, 미추, 실험극장, 연희단거리패 같은 한국 대표 극단이 만드는 연극은 어떤 모습일까? 2004년 1월부터 열리는 '연극열전'을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피의 결혼' '백마강 달밤에' '에쿠우스' '불 좀 꺼주세요' '택시드리벌' '오구' 등 연극계의 화제작이 다시 무대에 올려지기 때문이다.극단 동숭아트센터와 문화창작집단 수다는 1980년부터 2000년대까지 지난 20년 간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에도 성공했던 15편의 작품을 내년 1월부터 1년 간 '연극열전'이란 이름으로 선보인다.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는 '에쿠우스' '남자충동' '햄릿' '허삼관매혈기' '택시드리벌' '백마강 달밤에' '오구' '피의 결혼'이,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는 '한씨연대기' '관객모독' 'The Fantasticks' '굿나잇머더' '불 좀 꺼주세요' '청춘예찬' '이발사 박봉구' 등이 공연된다.
'연극열전'에 포함된 15편의 연극은 지난 6개월 간 공연 관람 경험이 있는 500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한 결과 선정됐다. 설문조사 결과 가장 보고 싶은 연극으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52.7%)이 1위를 차지했고 천재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에쿠우스'(37.1%)'가 뒤를 이었다. 박근형의 '청춘예찬'(18%)',이윤택의 '오구―죽음의 형식'(12.3%), 이만희의 '불좀 꺼주세요'(11.6%)'도 관객이 꼽은 작품이다.
'연극열전'에서 첫 번째로 공연되는 작품인 '에쿠우스'는 75년 운니동 실험소극장 개관 기념으로 국내 초연돼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품. 17세 소년 알런이 말굽 파는 꼬챙이로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찌르고 제 눈도 찌르는 사건을 벌이고, 정신과 의사인 다이사트가 원인을 파헤친다는 내용의 연극이다. 충격적인 내용과 새로운 연극 기법으로 관심을 끌었다.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등이 차례로 알런 역을 맡는 배우들이 모두 스타가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는 지난 90년 알런 역을 맡았던 조재현이 다시 무대에 선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오구―죽음의 형식'은 89년 초연된 이래 27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경상도 지방에서 행해지는 전통 장례의식인 오구굿을 놀이화했다.
대학로 최장기 공연 기록을 거듭 경신하고 있는 '용띠 위의 개띠' 작가 이만희씨의 대표작 '불 좀 꺼주세요'도 눈에 띈다. 자살하려는 딸과 이를 말리는 어머니 사이의 섬세한 심리를 표현한 '나잇머더'는 윤소정, 오지혜 모녀가 함께 출연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예진흥원 원장을 지낸 김정옥씨의 '피의 결혼'을 선보이는 것으로 연극열전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문의 (02)762―0010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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