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복수정답 인정과 관련한 파문이 복수정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정당성 시비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과 전문학회, 수능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종합·검토해 복수정답을 인정했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수능자문위 논의과정 및 전문학회의 구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26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최초 복수정답 문제를 제기한 서울대 최모 교수가 수능자문위에 참석해 언어영역의 비전문가인 자문위원들을 설득했고 전문학회에도 최 교수의 지인이 참여했다"는 글이 퍼졌다. 과거 수능 출제위원이라고 밝힌 이 익명의 기고자는 올해 수능 출제위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라며 논의과정의 객관성을 부정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복수정답을 결정하기까지 온라인상에 언급된 과정을 거친 것은 사실이지만 공정성 시비는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수능 직후 복수정답 논란이 일자 평가원은 전문 학회에 검토를 의뢰했고 여기서 4명은 ③번, 1명은 ⑤번, 2명은 복수정답에 가까운 의견을 제시했다는 게 평가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측은 "전문학회 검토위원에 최 교수의 대학동문인 J교수가 포함됐고 그가 ⑤번 정답의견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J교수는 이와 관련 "수능 직후 방송인터뷰를 하라는 최 교수의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내 판단에 따라 ⑤번을 정답으로 주장했고 그 뒤 전문학회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전문학회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자 평가원은 수능자문위를 소집해 의견을 들었다. 과거 출제위원(장)과 고교 교장·교사, 대학 교수 등 26명으로 구성된 수능자문위는 21일 2시간 가량의 토론 끝에 ③번 정답과 복수정답 의견을 6대4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최 교수가 설명자료를 들고나와 자문위원들을 설득해 공정성을 잃었다"는 게 이의제기측의 주장. 그러나 평가원은 "언어영역 출제부위원장으로부터 ③번 정답 취지의 설명을 듣고 참고인 자격으로 초청한 최 교수의 반론을 들었기 때문에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최 교수의 딸이 올해 수능에 응시, 이 문제에 대해 ⑤번 답을 썼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제제기의 순수성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학부모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나 평가원도 그런 점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김명수기자 la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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