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6일 이틀째 마비됐다. 이날 예정된 상임위의 대부분이 전날 저녁에 미리 취소되었거나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아 열리지 않았다. 몇몇 의원들은 텅 빈 상임위 회의장에서 개의를 기다리다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오전 10시 국회 의사당 3층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 회의실의 경우 소위 위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4명을 포함해 9명이지만 소위원장인 민주당 함승희 의원과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 등 2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함 의원은 머쓱한 표정으로 소위를 개의했지만 더 이상 의원들이 오지 않자 10분만에 산회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등 3가지 법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국방위 회의실도 같은 풍경이었다. 법안심사소위는 오전 10시 특수임무 유공자 보상에 관한 법 등 9개 법안을 심사키로 했으나 소위원장인 민주당 이용삼 의원만 출석했다. 회의 참관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삼청교육대 희생자 협의회 관계자들은 "정치상황 때문에 회의를 못한다니…"라며 혀를 차며 돌아갔다.
20일 이후 파행을 계속하고 있는 예결위는 26일에도 문을 열지못했다. 27일까지 정치관계법에 대한 4당의 합의안을 내기로 했던 정치개혁특위 소위들도 25,26일 잇따라 회의를 취소했다. 오전에 공청회를 예정대로 진행한 과거사 진상규명특위도 오후 2시에 동학농민혁명군 명예회복 특별법 등을 심의하려 했으나 의결 정족수 7명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유일하게 전체회의를 연 과기정통위도 진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전 10시 인터넷주소 자원관리법에 대한 공청회는 정족수(4명)가 차지 않아 간담회로 전환됐다. 공청회가 끝날 무렵 출석한 의원들이 5명으로 늘자 과기정통위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을 상정만 한 채 산회했다.
한편 이날 저녁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건 총리와 4당 정책위 의장간의 정례 정책협의회도 국회 마비의 불똥이 튀어 취소됐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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