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사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상황 인식이 잘못되면 바른 해답이 나올 리 없다. 노 대통령은 어제 전북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와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부안사태와 관련, '절차의 합법성'을 들어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하지만 부안사태는 김종규 군수가 전체 주민은 물론이고, 주민을 대표하는 군의회의 동의조차 받지 않고 독단으로 유치신청을 하고, 정부가 이를 그대로 밀어붙인 데서 촉발됐다. 노 대통령도 어제 "지방의회의 사후승인을 받을 것이고, 통과도 무난하다고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군수가 유치신청을 발표한 그 날, 군의회가 부결시킨 것을 노 대통령은 모른다는 말인가. 민의수렴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은 노 대통령이 "소신 갖고 일해줘 고맙다"고 격려한 김 군수도 시인하고 사과했다.
주민들의 강경시위 원인은 주민투표를 둘러싼 정부의 말 바꾸기와 시간끌기에 있지만, 주민들은 그 이전에 '선정절차의 비민주성'부터 지적하고 백지화를 요구해 온 것이다. 대통령이 절차의 합법성을 얘기하려면 유치신청 과정부터 살펴보는 것이 마땅하지 유치를 전제로 그 후의 절차만 따져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주 국회 산자위 의원들을 만나 "처음에 부안군수 말을 너무 믿었다"고 하고, 어제도 "정부가 시작할 때 오판했던 것 같다. 서둘렀다. 사태를 좀 안이하게 보았다" 등의 언급을 하면서도 일방적인 '절차의 합법성'을 내세우니, 주민들이 더 격앙할지 우려된다.
노 대통령이 주민들과 직접대화를 한다 해도 사태의 원인을 좀더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노 대통령이 지적하는 '질서와 공권력이 정지된 상태' 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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