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증시에서 가장 홀대 받은 주식은 통신서비스주였다. 유·무선 업체를 가리지 않고 통신사 주가는 연초 수준을 맴돌거나 오히려 떨어져 투자자들의 속을 태웠다. 하지만 최근 조정장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통신업체 주가가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고 있다. 대형 통신주들이 회사의 배당 확대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각된 데다 통신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시장 재편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조정장 속 햇살
25일 증시에서 SK텔레콤은 3% 가까이 오르며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SKT는 종합주가지수가 750선까지 급락한 24일에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1.35%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유동성 문제에 숨통을 튼 하나로통신은 상한가로 치솟았고 데이콤도 10.31%나 급등했다. KT와 KTF도 1% 남짓 상승하고 LG텔레콤도 2.46% 뛰면서 통신주 랠리에 동참했다.
고배당 對 성장 정체
그동안 통신주의 발목을 잡고 있던 가장 큰 난제는 통신 시장 성숙에 따른 '성장 정체' 우려감이었다. 하지만 통신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성장성 우려'를 고배당을 통한 주주중시 경영과 기업가치 높이기 정책으로 돌파하고 있다.
CSFB증권은 배당 수익률 측면에서 아시아 텔레콤 업종 가운데 SK텔레콤을 최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번호이동성 제도로 인한 마케팅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제한적 주가 움직임이 나타내겠지만 내년 4∼5월께 자사주 소각과 높은 배당금의 효험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KT는 올해 말 기준 주당 2,000원을 현금 배당키로 해 자사주 소각까지 고려한 배당수익률이 6.6%에 이른다. 매출 성장이 다소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이 주가를 지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전상용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소각과 중간배당 등 지속적인 주주 중시 정책이 장기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기대감까지
하나로통신 등 후발통신업체들의 구조조정을 통해 '유선+무선', '통신+방송' 등 이른바 결합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내년부터 통신시장이 실적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원은 "요금·속도 문제가 해결돼 무선인터넷이 고성장을 이어가고 통신 산업 구조조정 그림이 완성돼 결합서비스 모멘텀이 형성되면 통신시장이 새로운 파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신 시장 성숙의 최대 수혜자는 SK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하나로통신이 두루넷을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있고 2004년 가입자망 개방과 번호이동성 도입으로 영업 성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했고, 메리츠증권은 데이콤이 파워콤 인수 시너지 효과로 내년에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매수' 추천했다.
그러나 대우증권은 이통통신 업종회복 모멘텀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양성욱 연구원은 "내년 초 번호이동성이 순차적으로 도입되면서 1분기까지 마케팅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라며 "요금인하, 비대칭규제(접속료 및 전파사용료 차등 적용) 등 규제 리스크도 고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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