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한 서울 구기동, 삼성동, 혜화동 단독주택 살인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일까. 사건 현장감식 결과 3건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신발 크기 및 종류가 유사하거나 일치하고 범행 정황도 매우 비슷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경찰이 동일한 연쇄 살인범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경찰 관계자는 25일 "범행 현장 3곳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같은 크기, 같은 종류의 캐주얼화 신발 자국을 발견했다"며 "낮 시간대에 범인이 집안에 침입해 움직인 동선, 둔기를 이용한 잔인한 살해 수법 등이 유사해 동일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발생한 삼성동 60대 노인 피살 현장에서 남성 캐주얼화 자국이 발견됐고 지난 18일 혜화동에서 발생한 80대 노인과 파출부 살인 현장에서도 같은 신발 밑창 무늬의 발자국 14개가 나왔다. 지난달 9일 발생한 구기동 일가족 3명 살인사건 현장에서도 같은 상표의 신발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신발이 닳아지지 않은 새것이라는 점에 착안, 최근 6개월 사이에 판매된 1만여켤레의 A사 캐주얼화 가운데 신용카드로 구입한 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동일범 소행이라고 추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건 발생 정황. 3건 모두 길가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상황을 알 수 없는 부유층 동네의 100평 이상 2층 단독주택에서 발생했고, 모두 부유층 노인을 대상으로 낮 시간대에 이뤄졌다. 특히 경찰은 범인이 현관을 통해 집안에 침입한 뒤 피해자의 뒤쪽에서 막대기 모양의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차례로 이동한 경로가 일치하고, 집안의 금품을 그대로 놓아두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혜화동 사건의 경우 금고를 곡괭이로 찍어 열려고 한 흔적이 있고 사체에 불을 질렀지만 단순 강도로 위장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범행 수법으로 볼 때 범인은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범행 수법 등에서는 차이점이 있어 각기 다른 범인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 등 여러 갈래로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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