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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카드사태에 대한 시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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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카드사태에 대한 시민보고서

입력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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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여 동안 신용카드 문제를 걱정하는 시민단체, 언론, 학계의 많은 사람들이 대책을 호소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책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논쟁하게 되었다. 논쟁의 한 참여자였던 필자는 카드사의 부실이 이제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카드정책 실패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모든 것은 1999년 5월 규제개혁위에서 카드사에 대한 현금서비스 대출한도를 폐지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규제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출액이 더 늘어나기 전에 조속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책당국은 선진신용사회로 가는 불가피한 단계로 치부했다.

우리는 금융이용자보호가 미비한 상태에서 카드사의 과당경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카드대출이 결국 저소득층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해 버릴 것으로 보았다.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어 이득을 취하는 '약탈적 대출'이 카드시장에서 성행하고 있음을 염려하였으나, 당국은 불필요한 논의인양 무시하였다. 돌려막기로 인해 카드 빚의 증가속도는 줄어들 줄 모르는 반면 카드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시기였다.

당시 정책당국은 경기 진작에 큰 도움을 주는 카드사용을 줄이기 위한 규제책을 내놓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선진국 수준의 개인회생제도나 파산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무자에게 비상구는 없었고 카드 빚에 시달리다 못해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연일 보도되었지만 당국의 대책은 미온적이기만 했다. 마침내 무섭게 빠른 속도로 신용불량자가 증가하였다.

최근의 신용불량자는 1인당 평균 9건 이상의 연체건수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대출액에 있어 은행에 비해 10%에 불과한 신용카드사들이 신용불량자는 더 많이 양산하고 있다. 신용카드 돌려막기가 얼마나 극성을 부렸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많은 채무자들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한편에서 스스로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호황을 구가하던 카드산업은 늘어나는 연체율로 인해 엄청난 부실덩어리로 전락하였다. SK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은 카드채의 부실가능성으로 인해 전면 마비상태에 빠지게 되었는데, 지난 2년 반 동안 채무자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던 우리의 주장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정책당국은 매우 신속하게 카드사에 5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이른바 4·3대책을 발표하였다. 시장원리를 위반하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에 대해, 당국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이므로 카드사들이 하반기부터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공언과 함께 향후 추가지원은 필요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금감원은 난데없이 감독규정을 완화하여 사실상 카드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포기하는 정책을 취하였다. 금융기관이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감독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우리는 격렬하게 항의하였으나 당국은 막무가내였다. 그런 상태에서 LG카드 사태가 일어났는데, 사전조치를 포기한 정책의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는 당국의 공언이 무색하게 2조원의 신규자금이 지원되었으며, 압력은 없었다고 당국이 변명에 급급한 한편에서 채권단 실무자의 볼멘 목소리가 여과없이 보도되고 있다.

카드사태는 명백한 정책실패의 결과이다. 카드사태는 사전에 충분히 예고되었고, 언론에 수없이 보도되었고, 많은 정책토론이 이루어졌고, 그 모든 기록이 보존되어 있다. 우리의 비관적 예측은 맞아 들어갔고, 정책당국의 낙관적 예측은 철저히 어긋났다.

정책당국은 채무자와 카드사 사이에서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펴다가 결국 채무자는 채무자대로 카드사는 카드사대로 부실해졌다. 정책실패로 인해 신용불량자와 아직도 빚갚기에 허덕이는 잠재적 신용불량자,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홍 종 학 경원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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