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비리 특검법안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정국의 파국을 부르고 있다. 한나라당이 농성에 들어가면서 국회일정이 마비상태고, 예산안심의와 중요법안들이 허공에 떠 버렸다.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거부한 한나라당의 결정이 잘못이지만, 그 결정적 원인을 노 대통령이 제공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파국의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으며, 향후 이를 풀어가야 할 책임과 의무 역시 노 대통령에게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누차 강조했듯이 노 대통령의 특검거부는 옳지 않다. 자신에 관련된 비리의혹이 그 대상이라는 점이 첫째 이유이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3분의 2를 넘는 다수 의결로 이를 입법화했다는 점이 결코 무시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특검을 거부한 이유로 검찰수사의 우선을 강조했으나 거부권 행사가 어떤 정치적 부담을 지니는 것인지, 어떤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지를 알고 있음도 분명히 했다. 그러고도 국정을 혼미에 빠트리고 정국을 극도로 경색시켜 나라와 국민을 불안 속에 몰아넣는 결정을 감행했다면 이는 난국에 대통령이 발휘해야 할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따라 국법질서 운영의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했다. 또 검찰의 독립성도 강조했다. 일견 맞는 논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 대통령으로서는 지양해야 할 하위 승부수에 불과하다.
부안사태, 금융위기, 이라크 파병, 자유무역협정 등 국회를 상대로 긴밀한 협의와 협조가 필요한 현안은 산적해 있다. 하물며 소수파 대통령으로서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결국 노 대통령은 이를 외면하고 야당과 국회를 등지기로 작정한 셈인데, 국리민복을 저버리는 소아적 행태이다. 총선 승부를 노린 결정이라면 더더욱 무모하고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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