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가원은 이번 수능에서 출제자 선정 과정, 지문 유출 시비에 이어 복수정답까지 인정함으로써 그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복수정답은 1994년 수능 제도 도입이래 처음 있는 일로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복수정답이란 있을 수 없으며 오직 3번만을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첫째, 정답에 가장 가까운 하나를 고르게 하는 것이 수능 출제의 기본이다. 특히 언어영역 출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제로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어 왔다. 수능 출제 위원장을 2회 역임한 한 대학교수가 펴낸 참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좋은 문항이란 정답 같은 오답, 오답 같은 정답이 있어서 잘 모르는 학생이 최종 순간까지 갈등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확실히 '그러한' 정답 하나, 그럴듯한 오답 2개, 긴가 민가 하는 오답 하나, 확실히 '그렇지 않은' 오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수험생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정답, 혹은 정답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골라야만 인정 받는다는 것이 수능 제도의 대전제이다.
둘째, 2점이면 대학이 바뀐다. 이번 수능 응시자 63만9,000여명 중 2점짜리인 언어 17번 문제에 3번을 고른 수험생은 15%인 9만5,850여명이고 5번을 고른 수험생은 70%인 44만7,300여명이다. 5번을 고른 학생의 점수가 2점씩 올라갈 경우 3번이라고 답했던 9만여명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내려가는 것이다. 특히 실제 대학에 들어가는 상위 50%의 수험생 중 5번이라고 답한 수험생은 82%나 된다. 한 문제 때문에 수시 모집에 불합격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복수정답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동등 배점은 안 된다. 애초의 정답인 3번을 선택하기 위해 든 시간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감안해 3번과 5번을 선택한 수험생들간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 또한 평가원은 기존 정답에 이의가 없다는 성명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번복을 한 데 대해 3번 정답자들이 납득할 만한 사유를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론에 이끌린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뿐더러 나아가 수능 불신이라는 엄청난 불명예도 씻기 어려울 것이다.
/이현아·서울 서초구 잠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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