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객석으로 풍랑이 몰아칠 듯하다. 폭풍우에 배가 부서지는 장면, 대서양 한가운데서 서프라이즈호와 아케론호가 포격전을 벌이는 장면, 파손된 배의 곳곳으로 물이 들이치는 장면의 위용은 압도적이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는 2시간18분간의 항해의 즐거움을 위해 도입부부터 스펙터클의 성찬을 늘어 놓는다.그러나 이 영화는 '위트니스'(1985)와 '트루먼쇼'(1998) 등을 내놓은 중견 감독 피터 위어의 영화도, 장대한 19세기 바다의 모험을 다룬 영화도 아니다. 오로지 러셀 크로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명의 선원을 수족 다루듯 하는 바다의 사나이 잭 오브리 함장은 서프라이즈호 자체이자 영화의 전부이다. 질 것 같은 싸움에는 재빨리 안개 장막 뒤로 숨을 것을 결정하고, 부상당한 의사를 위해 육지 상륙을 단행하며, 사관생도에게 버릇 없이 구는 선원에게는 태형을 내린다. 빠른 판단력,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감성으로 바다를 호령하는 잭 오브리는 5대양 정복에 나선 영국 해군 정신의 육화이고, 잭 오브리 역에 러셀 크로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그 크고 투박한 손으로 바이올린을 잡고 모차르트까지 연주하는데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뷰티풀 마인드'나 '글래디에이터'에 비하면 러셀 크로의 카리스마는 평면적이다. '영국 함선의 프랑스 함선 추격전'이라는 단순한 줄거리에 비하면 러닝 타임도 꽤 길다. 프랑스 해군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다면 영국 함선이 마침내 아케론호를 격파하는 대목에서 후련함을 맛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8일 개봉.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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