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24일 검찰이 본격수사에 착수했다.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는 대선자금 수사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혀왔다. 국내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은 검찰이 쉽게 손댈 수도, 그렇다고 덮고 넘어갈 수도 없는 딜레마의 배경으로 자리해 왔다. 그 동안 검찰의 1차 수사선상에서 삼성이 배제된 것처럼 비쳐지자 재계 등에서는 "왜 삼성만 봐주느냐"는 형평성 시비와 "삼성은 절대 못 건드린다"는 비관론이 제기됐다. 때문에 삼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여부는 이번 수사의 완결성과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 비자금 수사는 이 같은 형평성 시비를 불식시킴으로써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강도를 자연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삼성전기를 압수 수색한 이유로 "넓은 의미의 비자금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납품업체인 동양전자공업을 동시에 압수 수색한 것으로 볼 때 일단 납품액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러나 이 돈이 삼성 임직원 3명 명의로 민주당에 편법 제공한 후원금 3억원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대선자금과의 연관성은 앞으로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3억원의 출처 규명을 위해 삼성그룹에 대해 계좌추적을 실시해 왔다. 따라서 삼성전기를 통한 비자금 조성은 적어도 계좌추적과 무관하게 포착된 혐의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삼성측이 비자금 조성을 '자진고백'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금까지 삼성은 검찰수사에 가장 협조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혀왔고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납품업체와의 거래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의 개인치부 등 도덕성과 직결되는 비자금이 아니라 대선자금 제공용도로 일시 조성된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를 고백함으로써 삼성은 검찰의 선처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 비자금이 어떤 경로로 정치권에 건네졌느냐 여부다. 일단 선관위에 신고된 공식 후원금과는 무관해 보이며 공식조직이 아닌 비공식 루트를 통해 여야 후보진영에 건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삼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정치권이 입을 타격은 심대할 수 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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