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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열정은 현재진행형이죠"/"…ing"의 김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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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열정은 현재진행형이죠"/"…ing"의 김래원

입력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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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한테 첫 눈에 반한 것 같아'라며 대뜸 애정고백을 하는 남자, 몰래 사진을 찍어서 선물로 보내는 남자, 비가 오면 학교에 우산을 들고 찾아오는 남자. 애정이 넘친다기보다 스토커에 가깝다. 그러나 영화 '…ing'(감독 이언희)의 김래원(영재)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빈대처럼 들러 붙는 '옥탑방 고양이'에서 '젠틀한 고양이'로 변신한 김래원. 그는 제대 후 복학준비를 하는 사진과 학생인 영재로 나와 위층의 새침데기 여고생 민아(임수정)에게 첫눈에 빠진다. 사탕 하나를 건네주면서도 "이건 사탕이 아니라 내 삶이야"라고 허풍을 떠는 영재 역은 김래원에게 잘 맞는 외투 같다. 뻔뻔하고 제멋대로지만 한없이 사랑스럽다.내 재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따뜻하고 포근한 눈매와 서글서글한 인상, 사이판 섬에서 촬영을 하다가 그을었다는 구릿빛 피부가 보기 좋다. '옥탑방' 이후 인생과 연기가 바뀌었냐고 물었다. 더 바빠져서 쉬고 있는 학교(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돌아가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는 "아무 영향이 없다"며 "약간의 대인기피증이 있었는데 드라마에서 밝은 역을 맡으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 촬영 끝나고 사이판에서 요트 빌려서 낚시를 했어요. 잡는 즐거움, 기다리는 즐거움, 회를 직접 떠서 먹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학교는 천천히 가도 돼요. 급하게 생각 안 해요." 스물 셋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느긋함과 의젓함이다. 낚시를 하며 배운 것일까.

김래원은 이번 영화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지금껏 해 오던 데서 조금만 업그레이드하고, 내 것을 조금만 더 꺼내면 되는 거였는데…. 60∼70점밖에 안 됩니다. 이미숙(민아 어머니) 선배 못지않게 할 수 있다고 건방지게 생각했는데 내가 오버한 것 같아요." 그는 "내 욕심만큼 채찍질을 더 한다"는 말처럼 자신을 다부지게 몰아세우는 완벽주의자로 보였다. 가끔 자신을 학대하는 걸 작은 즐거움으로 삼을 듯하다. 하긴 그런 물기어린 눈으로야 자기 말고 누굴 해칠 수 있을까. 하지만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이번 영화에서 보여줬다"는 말에서는 자긍심이 꿈틀댔다. "다음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까지만 이런 밝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다음부터는 내 안에 있는 다른 나를 꺼내보이고 싶어요."

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믿는다

'옥탑방'에서 그는 바람둥이 이미지와 새로운 시대의 미남형이라는 인상을 동시에 풍겼다. 그런 평가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민은 손톱만큼도 저랑 안 닮았어요. 지금까지 했던 역 가운데 닮은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학교2'에서 혼자 폼 잡고 다니는 모습이 예전 고등학생 때랑 조금 비슷했지만요. 10년 후면 바람둥이 연기를 기 막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도 닮지 않은 사람을 퍽이나 그럴 듯하게 해내는 걸 보면 간단하지 않은 배우다. '눈사람'이나 '옥탑방' 등 드라마에 비해 출연했던 영화가 빛이 덜 난 게 흠이라면 흠일까. 그는 "정말 좋아서 연기를 하다 보면 목표에 이를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이 바로 제 매력이고요. 지금은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다른 건 조금 더 있다가 해도 됩니다." 젊은 나이와 열의로 어떤 걸림돌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스물 셋에 열정 빼면 시체 아닌가요. 연기에 대한 제 열정을 믿습니다. 이거 아니면 아무 것도 없어요."

악수를 건넸다. 크고 따뜻한 손이 잡힌다. 이 손을 잡은 여자라면 누구도 놓기 싫을 것이다. 인간과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손이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 "…ing" 는 어떤 영화?

'… ing'는 햇살 가득한 노천 카페에서 맛보는 카푸치노 같은 맛이다. '스캔들'의 이미숙, '장화, 홍련'의 임수정,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이 즐겁고 아기자기한 앙상블을 보여주고, 20대 신예 이언희 감독은 깜찍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복학생과 여고생 사이의 상큼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숙·민아 모녀가 단란하게 사는 집 아래층에 사진을 배우는 복학생 영재가 이사를 온다. 발레리나를 동경하는 민아는 잦은 수술로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퇴원한 여고생. 늘 병원에 있느라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엄마가 핸드폰을 사줘도 전화 한 통 올 데가 없는 외톨이다. 민아는 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가 라이터를 빌려달라는 낯선 남자를 본다. 아래층에 사는 영재다. 이후 영재는 자기가 키우는 거북이를 주는 등 선물공세로 민아에게 다가선다.

등교길에 키스를 해달라는 엄마에게 "욕구불만이야, 애인이나 구해봐"라는 민아나, 아래층 남자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딸의 당돌한 제안에 "솜털 뽀송뽀송한 애를 언제 키우니"라고 대꾸하는 민아 엄마의 모습이 신선하다.

그러나 '8월의 크리스마스'를 흉내낸 듯한 스토리는 후반부로 가면서 힘이 달린다. 전반부의 로맨틱 코미디가 후반부의 최루성 멜로로 넘어가는 대목이 매끄럽지 못한 탓이다. 단출하게 배우 예닐곱 명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욕심을 부렸다. 28일 개봉.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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