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를 제작한 감독이나 배우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게 마련이다. 정작 현실은 외국의 감독, 배우는 고사하고 같은 나라에 사는 감독과 배우를 만나보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다.그런데 DVD를 보면 감독을 비롯해 배우와 제작진이 영화를 기획하고 연기하고 제작한 뒷 얘기를 실제 음성으로 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DVD마니아라면 무엇보다 DVD의 화질과 음향을 따지지만 필자는 감독, 배우의 해설이 수록됐는가를 꼼꼼히 따진다. 영화를 보면서 듣는 해설을 '오디오 코멘터리'나 '음성해설'이라고 하는데 이 보너스는 DVD를 사고 모으는 독특한 즐거움 중 하나다. 좋아하는 영화의 감독과 배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알쏭달쏭한 궁금증까지도 풀 수 있다.
'원초적 본능 특별판(SE)'을 보면 폴 버호벤 감독과 촬영을 맡은 얀 드봉의 코멘터리가 수록됐는데 영화 첫 장면에서 정사 중 얼음송곳으로 잔혹하게 남자를 살해하는 여자가 샤론 스톤이며 대역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논란이 됐던 범인이 누군지 확실히 알게 되는 셈이다.
'바람난 가족'에선 배우들의 거침없는 입담이 쏟아진다. 문소리 황정민 등 배우 4명은 어떻게 공사(?)를 하고 베드신을 찍었는지 들려주며, 임상수 감독과 촬영감독, 영화평론가는 우리 시대 성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
로맨틱코미디 '투 윅스 노티스' DVD에는 제작자이자 여주인공 산드라 블록이 잠시 사귀다 헤어진 휴 그랜트와 코멘터리를 담았는데 서로에 대한 험담을 얼마나 늘어놓는지 듣는 사람의 낯이 뜨거워질 정도. '질투는 나의 힘'에는 이 영화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박찬옥 감독과 함께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우정 출연해 영화 분석을 해준다. 거꾸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는 코멘터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명한 일화지만 '친구 최종판(UE)' DVD의 음성해설에선 곽경택 감독이 특유의 부산 사투리로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펼치고 끝 무렵에선 감정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린다. '로드무비 특별판(SE)'에는 무려 3가지 코멘터리가 제공됐는데 이중 한국영화 팬인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의 해설이 이채롭다. 영화 오프닝부터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빈틈없이 영화가 그려낸 세계를 해설하는 그의 코멘터리를 들어보면 폭넓은 식견에 감탄하게 된다.
'반지의 제왕' 확장판 시리즈에도 피터 잭슨 감독과 배우, 제작진 등의 4가지 해설이 제공된다. 모두 들어보려면 편당 13시간을 잡아야 한다. '와일드 카드' '제리 맥과이어'처럼 들려주는 것만으론 아쉬워 코멘터리 녹음 현장을 보여주는 DVD도 나오고 있다. 감독과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 DVD의 코멘터리를 꼭 들어보시길!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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