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의 거부권 행사여부를 놓고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협박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재의거부를 비난했고, 한나라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와 대통령 탄핵추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대통령과 원내과반을 확보한 거대야당 간의 퇴로 없는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측근비리 특검은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할 수 있느냐의 법리논쟁을 떠나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됐다. 결론은 25일의 국무회의에서 내려진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 절대의견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특검을 수용할 것이고, 수사중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한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 권한행사의 방향을 예단, 미리 무리한 주문을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노 대통령 몫이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헌법상의 재의절차를 밟지 않고 의원직사퇴 후 장외투쟁이나 탄핵추진 등 극한적 방법을 택한다는 방침이 잘못 됐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특검에 공조했던 민주당과 자민련도 한나라당의 주장이 헌법상 절차를 무시한 비정상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간곡히 바라는 것은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모두 합리적 결정을 해 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원만한 국정운영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특검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한나라당 역시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재의를 통해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 옳은 태도다. 서로에 보장된 헌법상의 권한을 존중해 가며 아무도 바라지 않는 극한상황만큼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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