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수사에서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에 있었던 삼성그룹이 24일 삼성전기,동양전자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마침내 대선자금 수사의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빨려 들었다.이번 조치는 '재계의 심장부'로 불리는 삼성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압수수색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기는 삼성의 주력사인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들과 거래가 많기 때문에 이번 압수수색은 삼성에 대한 비자금 및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관측된다.
재계는 그 동안 전혀 거론되지 않던 삼성전기가 압수 수색 당하자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대상과 범위가 비자금 및 오너의 편법상속 등 재계의 아킬레스 건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자금 수사의 연내 매듭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수색이 검찰의 대선자금 조사와 관련된 것으로 안다"면서 "배경파악을 위해 법무팀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수사에 대비한 자료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수사에서 비자금 조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잔뜩 우려하고 있다.
이번 압수 수색은 삼성의 2인자인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개인적으로 대선자금을 전달한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 등 전·현직 사장 3명의 소환을 앞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의 '외곽때리기'식 수사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떠돌고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삼성카드에 대한 지분법 평가손 등으로 2·4분기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중 삼성전자 등 '알짜기업'을 옥죌 경우 검찰에 돌아올 부담을 고려해 부실계열사에 대한 채찍질로 그룹 전체를 압박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삼성전기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드러나면 이 회사와 거래가 많은 삼성전자, 삼성SDI 등이 수사의 칼날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삼성은 겉으론 "검찰이 수사상 필요에 의해 삼성전기를 수색한 만큼 검찰의 수사를 지켜볼 뿐"이라면서도, 검찰의 전격작전에 대해 '허를 찔린 듯'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들은 "지난 대선때 정치자금은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적법하게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비자금 조성이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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