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68) 의원은 23일 "대표 경선에 나선 것은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미스터 쓴 소리'로 불리며 당직과는 인연이 없었던 자신이 유력한 당권 후보가 된 것 자체가 계보정치와 돈 정치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반증이라는 주장이다.조 의원은 "25년간 원칙과 정도를 지키며 일체의 부정비리와 타협하지 않았다"고 도덕적 자신감을 내비쳤다. "젊은 사람보다 50, 60대가 일은 더 잘 한다"며 세대교체론과 중진퇴진론을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거당적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해 젊고 참신한 전문가 집단을 영입, 당을 쇄신하겠다"며 젊은 세대를 포용했다.
조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부활을 자신했다. 열린우리당과 비교해 확실히 우세를 보인 뒤 한나라당과 양강구도를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분당의 원죄를 진 신당에 대해 도덕적 우위를 점한 만큼 민주당에 대해 확실한 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의원은 당권을 잡았을 경우 민주당의 노선에 대해 "야당의 길을 가겠다"고 못박았다. "총선 전 우리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희박하며 부적절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야당과 준여당의 갈림길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공천, 당선시킨 만큼 국정 난맥상을 바로잡고 비판과 견제를 통해 국민의 대통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비판적 협력론을 폈다.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면 사안별로 협력할 수 있지만 공조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과 특검 재의 문제에는 찬성입장을 밝혔다.
"현 계파 보스들이 수렴청정을 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고 찔러 봤더니 "TV사극을 너무 많이 보는 모양"이라고 웃어 넘겼다. 적극성과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야심이 없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받은 뒤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느냐. 내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력한 경쟁자인 추미애 의원에 대해서는 "감정적 앙금이 전혀 없다"며 "모두 소중한 존재이고 역할이 있다"고 협력론을 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민주당 추미애(45) 의원은 23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경선 후보가 누구일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자신의 젊음, 개혁성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나 우리당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노쇠하고 수구적인 이미지를 벗고 평화개혁세력으로서의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인사들을 과감하게 영입, 총선에서 변화와 개혁의지를 반영한 공천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추 의원은 그러나 일부 당 소장파가 주장하는 중진퇴진론이나 세대교체론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득권을 사수하면서 당을 위기에 빠뜨린 분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인위적 청산이나 무원칙한 세대교체론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진들도 민주주의와 당의 정통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해 온 분들은 나름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노·장·청 조화론을 피력했다.
추 의원은 현안인 특검법 문제에 대해 "3분의2이상 국회의원이 찬성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회에서 재의결 시엔 찬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특검 발의도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대통령이 맞대응하는 식으로 거부해 정쟁을 유발한다면 이 또한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도 "반 의회주의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추 의원은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 유력 경쟁 후보인 조 의원과 입장을 달리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대체할 전략을 짰어야 하는데, 염치없게 모태인 민주당을 적대시했다"면서 "대통령이 당을 버림으로써 우리는 저절로 야당이 됐다"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추 의원은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위기를 넘겼을 때 나이가 42세였지만 미국 국민은 아무도 케네디를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중 두 번째로 나이가 적고 "리더십을 검증 받지 않았다"는 당내 일각의 경계심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