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째로 접어든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이번 주 정치인 및 기업총수 소환에 이어, 12월초부터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수사팀은 경제 여건을 감안, 수사를 조기에 매듭짓는다는 원칙 아래 23일 소환자를 확정해 24일 소환 날짜를 통보키로 했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기업과 관련해 이번 주에 조금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대선자금 수사는 돈을 준 기업과, 받은 정치인 및 정당이 수사대상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불법자금의 규모, 수수 유형, 용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수사대상은 5대 그룹+α 기업에서 대선자금을 1억원 이상 낸 기업, 또는 그와 비슷한 규모의 기업군으로 늘어났다. 30대∼100대 기업군은 일단 수사대상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은 대선 당시 지원한 합법·불법자금 파악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변칙상속 문제 등 기업별 약점이 부상하고 있고 LG 한진 금호 등은 오너들의 소환이 예고돼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복하면 비자금까지 들춰 오너까지 사법처리할텐데 어떻게 검찰을 믿을 수 있느냐며 난감해 하고 있다.
정치인 수사는 정당이 기업에서 실제 받은 돈과 영수증 처리된 금액을 확인하는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의 경우 진술과 계좌추적을 통해 대체적인 윤곽을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최소 30억원의 지출 행방이 묘연해, 이 돈과 관련된 정치인들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 후보측 선거자금은 공조직보다 사조직이 핵심이라는 지적인 만큼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에 대한 수사는 지난 주에야 후원금 영수증 내역이 제출되면서 계좌추적에 착수, 노 후보쪽보다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나오연 후원회장의 소환방침을 굳힌 만큼 일부 자금흐름상 문제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나 자금 집행과 용처 수사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기업별 담당 정치인들이 돈을 받은 후 일종의 '커미션'을 챙기는 관행에도 검찰은 칼을 대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가 소환 및 사법처리 수순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검찰 수사의 끝을 짐작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SK에서 시작된 수사를 대선자금까지 끌고 온 검찰이 또 어떤 단서를 찾아내 새로운 수사를 할지 모를 일이다.
수사 관계자가 "재벌 오너들이 미미한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한 것은 이번 기회에 재벌개혁까지 하겠다는 의중을 엿보게 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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