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라는 장영주의 뒤를 이을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것인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라(17)의 전국 6개 도시 순회 독주회 첫 번째인 서울연주회(21일 금호아트홀,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가 열렸다.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본 이유라는 많은 가능성을 지닌 연주자였다. 활 놀림이 좋아 소리가 깨끗하고, 안정적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장점은 브람스의 '소나타 3번'에서 잘 드러났다. 조금 느리게 템포를 잡았지만 전체적 구성이 좋고, 젊은 연주자가 흔히 빠지기 쉬운, 특정 대목의 선율에 도취된 나머지 저지르게 되는 감정과잉도 없었다. 브람스의 텁텁함도 잘 살려낸 편이었다.
장영주를 길러낸 스승인 고(故) 도로시 딜레이가 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충고를 잘 따르고 있는 듯했다. 이어진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1번'에서도 구성력이 강하고 차분한 연주를 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주에 한정한다면 일방적 찬사는 잠시 미뤄야 할 것 같다.
그는 아직 관객을 사로잡는 '끼'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다르게 말하면 화려함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은 여유 없는 무대 매너다. 이건 비슷한 또래인 피아니스트 임동혁도 마찬가지다. 장영주나 요요마가 세계 정상에 선 데는 생글생글 웃으며 여유를 보이는 매너도 한몫을 했다. 머리를 자주 흔드는 것도 고쳐야 할 버릇이다.
다른 하나는 소리가 작다는 점. 바이올리니스트 유한승씨는 "15세의 영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클로에 핸슬립의 연주를 봤는데 소리 크기의 차이가 크다"며 "마지막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왈츠―스케르초'에서는 소리의 깨끗함이 흔들리는 등 테크닉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이유라 자신의 스타일이다. 앙코르인 크라이슬러의 곡도 톡톡 튀었으면 좋았을텐데 차분했다. 세밀하지만 관객을 사로잡기에는 작은 소리, 약간 느린 템포, 브람스와 프로코피에프로 이어지는 무거운 곡 일색도 부담이다.
영재를 띄우기 위해 후반부 연주는 테크닉을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곡을 고르는 편이 좋다. 현충일에 있었던 클로에 핸슬립의 연주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유라는 나이에 비해 구성력이 뛰어난 편이다. 금호문화재단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도 있으니 앞으로 장영주의 뒤를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레퍼토리를 개발한다면 분명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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