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정부와 한국은행이 잇따라 '경기 회복론'을 제기한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 하강이 마무리되고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경기 전망을 내놓았다. KDI는 그 동안 꿈쩍도 않던 기업의 설비투자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을 덧붙였다.
재고 둔화·기계 수주 높은 증가
KDI는 23일 '10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민간소비의 침체에도 불구, 수출이 크게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하면서 7월까지 극히 부진했던 설비투자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경기 회복의 근거로 산업생산 증가세 확대 재고 증가세 둔화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2개월 연속 증가 급등세를 지속하던 아파트 가격의 하락 등 물가 안정세 회복 장기금리 상승 등을 지적했다.
특히 9월 중 재고율이 99.2%로 전달에 비해 4.0%포인트나 줄어든 것은 경기하강이 마무리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라는 분석이다. 9월 중 설비투자도 2.3% 줄긴 했으나, 7월(-11.1%)과 8월(-7.8%)에 비해 감소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는 지난해 동기대비 17.3%의 높은 증가를 기록했다.
KDI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10월 중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년 만에 100을 웃도는 등 기업의 체감경기도 회복되고 있다"며 "특히 정보통신(IT) 및 수출관련 대기업을 중심으로 BSI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투자 회복 지연 가능성
하지만 소비관련 지표들은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9월 중 도·소매 판매 증가율은 -3.0%로 7월(-1.9%)과 8월(-2.6%)에 비해 감소세가 확대됐다. 10월 중 소비자평가 및 기대지수도 여전히 낮아 소비심리 위축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DI는 "소비가 여전히 침체돼 있으나 추가적으로 악화하고 있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및 설비투자의 회복 시기와 강도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최근 카드부실 등 악재들이 불거지고 있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은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축소와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하락 장기금리의 상승 등이 민간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분석팀장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소비나 투자 등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 카드 부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갈등과 같은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대기업의 투자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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