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조정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시장은 어느새 2004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올해 '외국인들만의 잔치'를 뒤로한 채 연말과 내년 상반기로 이어지는 '과도기' 투자 전략과 업종·기업별 전망을 점검하느라 분주하다.테러로 점철된 불안한 국제 정세와 국내 비자금 정국, 꼬리를 무는 카드발 금융위기와 얼어붙은 내수 경기만 보면 투자 환경이 암울하기 그지없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과 수출 호조, 바닥을 치고 회복기미가 보이는 소비와 설비투자 등은 어렴풋하게나마 전망을 밝게 한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2004년 증시 전망을 내놓고 21일 투자포럼을 연 LG투자증권 박윤수(사진) 리서치센터장은 "매출액 비율 및 영업이익 비율과 주가 상승률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앞으로 6개월 간의 주가 전망을 분석한 결과, 2004년 상반기 중 최고 1,020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최근 8개월 동안 세계 증시를 끌어올린 주역은 바로 리플레이션(Reflation·통화재팽창)이다. 리플레이션은 심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재정과 통화를 확대시켜 경기회복을 유도하는 것. 미국의 이런 처방으로 금리 하락·통화량 증가·달러 약세란 연쇄반응이 발생하면서 우리 증시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쇄도, 외국인 14조원 순매수와 지수 800선 회복이 이루어졌다.
이제 이 같은 경기 회복 조짐이 장기 추세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또 한번의 거품붕괴란 비극적인 종말을 맞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이번 리플레이션은 소비(수요)증가로 이어져 내년쯤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시적으로 미국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도 강세로 반전할 수 있어 한국 경제는 수출 증가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소비 2분기 회복
LG투자증권의 긍정적 전망에는 소비 회복이 시작되는 내년 2분기가 경기 침체에서 탈출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박 센터장은 "내수 소비의 하락 추세는 거의 멈춘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가 추세적으로 늘어나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악화하지 않고 가계 부채 증가율도 둔화함에 따라 소비에 대한 증시의 부정적 투자 심리가 차츰 소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LG투자증권은 내년 경제성장률(GDP)을 4.6%로 전망했다. 박 센터장은 그러나 "지정학적 불안 해소 및 유가 안정, 미국의 고용회복 및 투자확대, 국내 소비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 같은 조건이 무산되면 한국경제가 저성장 궤도에 머무르거나 내년 하반기 다시 경기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종·종목의 압축 전략
이 같은 내년 상반기 전망을 토대로 LG투자증권은 유망 투자종목으로 자사주 매입 기업군(삼성전자 POSC)과 내수 회복 때 주가 탄력이 큰 내수주(신세계, 제일기획), 배당 관련주(LG석유화학) 등을 꼽았다.
업종별로는 내년에도 고성장이 예상되는 PDP와 LCD 관련 종목과 석유화학, 휴대폰 부품, 실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해운과 조선, 철강금속업종, 성장성이 부각되는 인터넷·엔터테인먼트 관련주 등을 천거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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