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을 거부할 경우 재의(再議)에 나서지 않고 대통령과의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거부권 행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초강수 공세다.한나라당의 강경 노선은 그 동안 비대위 등 강경파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무기명 투표로 치러지는 재의투표에서 의석 3분의2 획득이 쉽지 않다는 현실인식이 밑자락에 깔려 있다.
28일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내 '반(反)한나라당 흐름'이 뚜렷한데다 청와대의 민주당 분열공작 가능성 등도 거론돼왔다. 무리해서 당장 재의를 추진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상황 인식이다. 최 대표는 "어제 밤에 결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랜 고심의 결과임을 내비쳤다.
자연히 한나라당의 다음 수순에 관심이 쏠린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 "마음속에 방안은 있지만 24일 의총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 의원직 사퇴에서부터 예산국회 보이콧, 국정조사 등 다양한 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장 재의를 않겠다고 해서 재의를 포기했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특검법안은 본회의 회기가 끝날 때까지 국회에 보류될 뿐이다. 특검법안을 보류시킨 상태에서 국회가 이라크 파병, 한·칠레 FTA, 부안사태 등 산적한 현안을 둔 채 버티기에 들어가 정부를 압박한다면 양수겸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당장 이 같은 수순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채비다. 당장 홍사덕 총무는 최 대표의 선언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압박책으로서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실제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 한나라당 지도부의 투쟁노선은 갈라질 여지가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한나라당의 강경노선을 비판하고 나서는 등 여론의 역풍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이날 "산적한 현안을 팽개친 채 무한투쟁을 벌인다면 국가적 불행"이라고 비판했고, 우리당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던지고 바로 정권찬탈투쟁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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