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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신행정수도의 "私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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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신행정수도의 "私心"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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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익 달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정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 현실적 역할의 다양성을 지적한다. 공익달성을 위해 일하는 정부 외에,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부, 심한 경우에는 지배자의 사적이익 달성에 급급한 정부도 있다는 것이다.출범 8개월이 지나면서 여러 분야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현 정부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 정부인지 궁금해진다. 현재 추진 중인 여러 정책 가운데 한창 세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신행정수도 건설문제도 현 정부의 실상을 보여주는 일례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실상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동기와 과정, 그리고 결과를 평가해보는 것이 기본이다. 우선 신행정수도 건설 정책을 입안한 동기부터 살펴보자. 우리 국민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그것은 선거 막바지에 득표 전략으로 제안되었다. 최근 모 일간지에도 보도된 바와 같이, 대통령이 사석에서 그 덕분에 "재미를 좀 봤다"고 말했다는 사실은 그러한 동기를 공공연히 시인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타당성이나 파급효과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그저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정책이 애당초 공익달성을 위한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그렇게 해서 당선이 되었다고 해서, 임기응변의 선거 공약이 공익을 위한 것으로 정당화될 수도 없는 일이다.

정책의 추진과정은 어떠한가. 현 정부가 이 과업을 추진하는 과정도 순수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국민적 동의나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행정수도 이전이 진정 공익달성을 위한 것이라면 애당초 그 입지나 영속성 여부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면밀한 검토를 했어야 옳다. 그러나 정부는 선거 공약대로 충청권에 입지를 한정하여 검토를 시작했고, 임시 이전의 가능성은 아예 고려대상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아마도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세력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현재 추진하는 정책은 공익의 달성보다는 선거공약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결과에 이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집중의 해소나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리라고 하지만, 국내외 학자들은 실제적으로 그러한 결과를 얻기 어려우리라는 구체적인 반론들을 제시하여 그 타당성을 인정 받은바 있다.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목적은 현재 함께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을 통해서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새로운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다분히 무책임한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신행정수도가 충청권에 건설될 경우 통일 후에 다시금 수도 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건만, 정부는 "언제 될지도 모르는 통일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으므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국정의 핵심 과제로서 통일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과 그 이후의 일들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태도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한 노무현 정부는 공익달성을 위해 일하는 정부라고 볼 수 없을 듯하다.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혹은 지배자의 사적 이익달성에 급급해 하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이라도 신행정수도 건설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함으로써 정부의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 성 배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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