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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모두 자기 관점에서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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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모두 자기 관점에서만 본다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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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오일 쇼크로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뛸 때 하숙집 방안에서 들은 얘기다. 그날 마치 무슨 연극이라도 하듯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주인집 아주머니를 찾아와 마루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택시 기사 부인은 다른 것은 다 올랐는데 택시요금만 안 올랐다고 했고, 공무원의 부인은 다른 사람들의 품삯은 다 올랐는데 공무원 봉급만은 그대로라고 했고, 미장원 아주머니는 미장원 아주머니대로 다른 건 다 올랐는데 머리 값만 그대로라고 했다.그들이 가고 나자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 혼자 이렇게 말했다. "정말 다른 건 다 오르고 하숙비만 안 올랐네."

어제 나는 허리가 아파서 척추 디스크 전문병원에, 아내는 치통 때문에 치과엘 각자 다녀왔다. 내 눈엔 세상 사람들의 절반이 디스크 환자로만 보이고 그들의 허리에만 시선이 가 매달렸다. 저녁 식탁에서 아내는 하루종일 남의 입과 양 볼만 쳐다보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도 며칠 동안 나는 아내의 허리를, 아내는 내 얼굴만 쳐다보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 한가지. 사람이든 세상이든 어느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을 두루 바라볼 때 건강하고 아름답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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