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꼭두장군의 비밀/김병규 글. 이선주 그림. 푸른책들.
경주 부근의 한 마을에 산비탈에 일군 밭이 있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의 첫 햇살이 비치고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는 양지 바른 곳. 봄이 오면 할미꽃이 맨 처음 피고 일 년 내내 산도라지, 잔대 같은 온갖 풀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던 곳. 지금은 한 농부가 목화를 심어 키운다. 어느 날 밭을 갈던 농부의 쟁기 날이 커다란 돌덩이에 부딪치면서 예사롭지 않은 무덤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고학자는 첫 눈에 왕릉이라고 단정하지만 정작 왕관이나 칼 같은 왕의 유물은 발견되지 않는다.
'흙꼭두장군의 비밀'에서는 유물이나 유적, 기록이 우리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역사를 찾아가는 데는 상상력이라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힘은 무덤의 부장품 가운데 하나인 흙꼭두장군과 그의 이야기를 믿고 따르는 소년 빈수에게서 나온다.
2012년 전, 이 땅에 존재했던 어느 부족국가에서 '힘센 사람'을 이긴 '지혜로운 사람', 한꽃님왕이 맨 처음 임금이 되고 하늘나라보다 더 살기 좋다는 그의 나라를 그리워하던 선녀를 왕비로 맞아들인다. 그들은 죽어 한 무덤 안에 있는 두 개의 석실에 각각 묻혔지만 일 년에 한 번씩 만나 그리움을 달래는데 2,012번째 만나는 날에 그들의 영혼은 같이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있다. 그러나 마지막 만남의 날에 농부의 쟁기로 인해 무덤은 열리고 석실사이에 있는 문을 여는 열쇠는 흙더미 어디엔가 떨어져 찾을 수 없다. 이제 왕비의 혼은 슬피 무덤가를 떠돌고 왕은 아직 석실에 갇혀있게 된다.
그 열쇠의 책임자인 흙꼭두장군은 꽃열쇠를 찾기 위해 왕비의 무덤에서 까만 수레를 타고 날아 나와 농부의 아들 빈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한꽃님왕과 왕비의 무덤은 도굴꾼에게 파헤쳐질 위기에 놓이고 왕릉을 지키는 일에 뛰어든 빈수는 도굴꾼들에게 붙잡혀 감금되는 위기에 놓이기도 하지만 결국 흙꼭두장군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꽃 열쇠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추리적 기법과 모험담, 판타지의 요소가 잘 어우러진 이 동화는 매우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하다. 빈수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즐기고 흙꼭두장군이 들려주는 2,000년 전 이야기에 귀 기울인 어린 독자들은 이런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기록된 역사는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정말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역사가 수많은 연대와 이름과 사실을 외워야 하는 지겨운 것이 아니라 돌멩이 하나, 돌에 새겨진 그림이나 글씨, 무덤에서 발견되는 부장품과 기록에서 알게 되는 사실에 우리가 지닌 상상력을 불어넣어 과거를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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