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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비자금 운반 현장검증 "檢 판정승" 40억∼50억 싣고 잘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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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비자금 운반 현장검증 "檢 판정승" 40억∼50억 싣고 잘달렸다

입력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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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한 대로 현금 40억∼50억 운송은 거뜬하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현대비자금 200억원 전달 과정(40억, 50억원씩 5,6차례)에 대한 현장검증 결과, 검찰이 판정승을 거뒀다. 법원은 현장검증을 위해 돈의 무게를 맞추기 위한 모래주머니, 특별 제작한 현금 상자, 17만5,000여장의 복사지, 24가지 적재실험 비교표 등 온갖 도구를 총동원했다.현장검증은 21일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 주재로 서초동 법조타운 부근 조흥은행, 서울고법 로비, 법원청사 앞 뜰, 마지막에 갑자기 운행지에 포함된 남산 지역 등에서 시종일관 검찰과 변호인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첫 번째 과정은 조흥은행에서 현금 5억원의 무게를 재는 것. 5억원을 각각 3억원과 2억원으로 나눠 사과상자와 라면상자 크기의 박스에 넣은 뒤 무게를 잰 결과 2억원짜리 상자는 23.2㎏, 3억원짜리 상자는 34.7㎏으로 나왔다. 처음에 1,000만원을 10개 묶음으로 나눈 돈 다발이 상자에 잘 들어가지 않자 검찰이 한 때 긴장하기도 했으나 이런저런 형태의 시도 끝에 돈은 모두 상자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상자의 테이프 무게까지 총 무게에 포함하고, 무게는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하겠다"며 만약의 문제 제기를 사전 차단했다.

이렇게 측정된 돈 상자의 무게를 토대로 법원 직원 6명은 서울고법 로비에서 총 45개의 돈 상자(2억원 상자 30개, 3억원 15개)를 만들었다. 상자에는 현금 대신 같은 무게의 복사지를 채웠고, 소수점까지 무게를 맞추기 위해 모래주머니도 끼워넣었다. 오후에는 24가지 형태의 적재실험과 운송실험이 법원청사 앞 뜰에서 이어졌다. 일일이 번호를 매긴 현금 상자 앞에 다이너스티 승용차가 도착하자 여기저기서 "안 들어가겠다" "차 공간이 너무 작다"는 탄성이 터져나왔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첫 실험에서 총 40억원이 든 18개(2억원 상자 14개, 3억원 상자 4개) 상자를 뒤 트렁크에 8개, 앞 조수석에 3개, 뒷좌석에 7개로 나눠 싣고도 승용차 공간은 충분히 남았다. 이후 법원과 서울지검 강남성모병원 등을 거친 운행 실험도 순조롭자 권씨측 변호인은 "현대 계동사옥과 남산이 포함된 실제 운행 코스와 비교할 수 없다"며 항변했고, 마지막 2억원 짜리 상자 25개를 실은 자동차는 코스를 바꿔 남산으로 향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100여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 희대의 '현금 실험' 과정을 지켜봤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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