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라크 바그다드와 2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는 알 카에다를 핵심으로 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친미 진영에 보낸 일종의 선전포고이자 테러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확산되는 테러 공포
뉴욕 타임스는 21일 터키 테러는 미국의 전세계적인 대 테러 전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에서 감행됐다고 분석했다. 동서양의 교량인 터키에서 영국의 해외시설을 공격함으로써 터키를 서방에서 이탈시키고, 나아가 미국과 최강 동맹국인 영국의 결속력 약화를 기도했다는 것이다.
또 이들 테러는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파병한 국가와 잠재적 파병국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라크 파병국이 친미 전선의 주요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는 21일 사우디계 신문 알 마잘라에 보낸 메시지에서 "일본군이 이라크에 발을 딛는 순간 도쿄의 중심부를 타격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이것은 미국을 직접 겨냥하던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집단의 전략이 친미 전선의 외곽을 때리는 방향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테러 대상국가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테러 공포도 전세계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시험 받는 미국 반 테러 외교
이스탄불 테러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이번 테러가 영국 시설물을 겨냥했지만 궁극적인 표적은 자국이라고 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맹국 결속 외교를 흔들어 대 테러 전선을 교란시키는 데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으로서는 테러의 심리적 파장 확산과 우방국들의 동요를 막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됐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부시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결속을 재확인함으로써 잠재적 이탈 국가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사건 직후 열린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테러범들은 우리를 협박하고 정신적으로 무장해제하려 하지만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며 결연한 응전 의지를 밝혔다.
알 카에다의 전세계화
부시 대통령의 대 테러전 의지에도 불구하고 급진 이슬람 세력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프랜차이즈 가맹점처럼 알 카에다 네트워크가 전세계적으로 가지를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 캠프에서 훈련을 받은 중간 지도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독자적 투쟁 기지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한 고위관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아프간에서 테러 훈련을 받은 사람은 47개국 출신 2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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