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재 한국 대사관이 최근 입주한 바그다드 시내 팔레스타인 호텔이 21일 로켓포 공격을 받으면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터키 등 중동 지역 우리 공관은 초비상이 걸렸다.무엇보다 이라크에서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 졌다. 우리 이라크 대사관은 테러 위협을 피해 최근에 마치 '난민'처럼 두 차례나 주소를 옮겼다. 하지만 콘크리트벽과 철조망으로 이중삼중의 방어막을 친 바그다드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건물에서 테러에 노출됐다.
이라크에서 우리 대사관이 테러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달 23일 현지인 괴한들이 공관원을 대사관 앞에서 차량으로 납치해 "이라크를 떠나라"고 협박하면서부터. 대사관은 이 직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입주한 건물로 피신한 뒤 다시 팔레스타인 호텔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대사관 측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미 군정이 입주한 라시드 호텔까지 지난 주 공격을 받은 만큼 더 이상 바그다드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는다는 게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지에서는 라마단 종료(25일)에 맞춰 3일간 벌어지는 축제 기간에 또 대규모 테러가 터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손세주 대리대사 등은 언론과의 연락을 끊은 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특정한 자살폭탄 테러 첩보로 공관이 잠정 폐쇄된 아프가니스탄도 상황이 심각하다. 박종순 주 아프간 대사 등 대부분 공관원들은 아프간을 벗어나 제3국의 우리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 이 곳에서 기자와 통화한 김태진 서기관은 "테러 첩보는 확실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라마단이 끝난다 해도 위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 만큼 언제 대사관으로 돌아갈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선 한국 공관원 한 명만이 남아 우리 군 지원단의 경호 속에 교민들의 자진 철수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교민들은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현지에 머물겠다는 응답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자칫 인명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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