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26·CJ)가 '짝눈골프'를 펼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상대로 쑥스러운 판정승을 거두며 '1승 추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21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인터내셔널골프장(파72·6,485야드)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으로 치러진 ADT챔피언십(총상금 100만달러) 1라운드.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디펜딩 챔피언인 소렌스탐과 '2인자' 탈출을 선언한 박세리의 맞대결이었다.
그러나 최고의 명승부가 기대됐던 이들 두 지존의 만남은 소렌스탐이 선글라스를 끼고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혀 엉뚱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소렌스탐은 자고 일어나 오른쪽 눈이 크게 충혈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응급실로 달려가 유행성 결막염 진단을 받은 소렌스탐은 오른쪽 콘택트렌즈를 빼는 대신 선글라스를 끼고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 소렌스탐은 지난 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스킨스게임에서 "너무 많은 악수를 나누다 병이 옮아온 것 같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짝눈으로 거리나 그린경사에 대한 감각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수난은 1번홀부터 시작됐다. 소렌스탐은 잘 맞았다 싶은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휘면서 워터해저드에 빠뜨리고 말았다. 첫 홀부터 보기. 그래도 전반 9홀을 보기 2개에 버디 4개로 잘 버틴 소렌스탐은 그러나 후반 9홀 들면서 더블보기 1개와 보기 3개(버디 1개)를 범하면서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소렌스탐의 이날 성적은 2오버파 74타로 공동 10위. 올 시즌 75.8%에 이르던 페어웨이 적중률은 50%, 75.1%로 투어 1위에 랭크된 그린적중률도 61.1%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굴곡이 심한 그린 위에서 다른 선수들이 대부분 30개 안팎의 퍼팅을 남발한 것과는 달리 "하루 종일 어떤 라이도 읽지 못했다"는 소렌스탐은 신기하게도 퍼팅수를 25개까지 떨어뜨리는 데 성공, 톱 10에 진입했다. 외신들은 소렌스탐이 눈 하나만으로 경이적인 플레이를 펼쳤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소렌스탐의 고군분투에 마음이 흔들린 박세리도 버디 4개를 더블보기 1개와 보기 3개의 실수로 까먹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1오버파 73타를 기록, 언더파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3언더파 69타로 선두에 나선 로라 디아스(미국)와는 4타 차 공동 5위로 선두 추격의 길은 열어놓았다.
한편 박지은(24·나이키골프), 한희원(25·휠라코리아), 김미현(26·KTF)은 나란히 4오버파 76타로 공동15위의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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