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란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하물며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라는 위험한 시설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아무리 필요한 시설이라도 싫다는 주민들의 뜻을 강제로 꺾고 밀어붙이는 정부의 태도는 옳지 않다.폭력시위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경찰은 서울 기동대 15개 중대를 더 보내 총 75개 중대 8,000여명으로 철통 같은 경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당분간 폭력시위가 진정되고 겉으로 조용해진다고 문제가 풀릴 것인가. 언제까지 그 많은 경찰인력을 배치해 주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을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불성실하게 대응해 일을 키운 측면이 있다. 주민의 뜻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합의된 주민투표를 정부가 거부한 이후 군민들의 태도가 극도로 강경해졌다. 정부는 관련 법제가 없어서, 또 자유로운 토론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연내투표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민투표 경험이 있는 일반국민의 귀에는 궁색한 변명같이 들린다. 총리가 연내에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다음 날 관계장관은 할 수 없다고 하고, 대통령은 먼저 질서부터 회복하고 설득하라 하니 주민들이 고분고분 수용할 수 있겠는가.
주민들이 민란이라 규정하는 부안사태 해결책은 연내 주민투표 뿐이다. 투표결과를 우려하는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찬성여론을 조성한 뒤에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끌수록 여론은 등을 돌리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차피 방폐장 건설을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고 다른 후보지를 찾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 정부도 발을 빼는 명분을 찾으려면 주민투표라는 절차가 꼭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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