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권정생씨의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한길사 발행)와 배인순씨의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찬섬 발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살구꽃 봉오리…'는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책을 낸 출판사가 뒤늦게 급히 책을 회수하고 있고, '커피 한잔'은 출간 일주일 만에 8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두 권 모두 사생활을 담은 책이다.우리나라 대표적 아동문학가인 이오덕(8월 작고)씨와 권정생(66)씨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꽃봉오리…'는 두 사람의 애틋한 우정과 삶의 모습을 담아 잔잔한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출판사가 권씨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책을 낸 것이 문제가 됐다. 저작권을 무시한 위법행위였다. 책 출간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권씨가 사전에 내지 말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도 강행했다고 하니 대형출판사의 횡포라 할 만하다. 권씨는 "너무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라 되돌아보기 싫었다"며 "출판 중단 등을 조건으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배씨가 결혼생활의 파탄과정을 고백한 '커피 한잔'은 홍보문구부터 자극적이다. '연예인 킬러 최원석씨의 외도행각에 얽힌 충격 고백', '왕자의 섹스 스캔들과 가문의 음모' 등의 표현은 세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책은 저자의 비중과 배경 때문에 저절로 기사가 되니 어쩌면 따로 선전할 필요도 없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100만부까지도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을 비롯해 이니셜로 등장하는 인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바 없다"며 "사전에 변호사에 자문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 출판시장에서는 개인의 체험을 들춰내는 '고백 산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 언제든지 쉽게 낼 수 있고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 소개한 첫 책은 출판사의 행위가 법적인 문제가 됐지만 책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두 번째 책은 법적 문제는 없지만 자칫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선정적 내용을 앞세운 '더러운 속옷 빨기' 경쟁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수록 마지막 게이트 키퍼인 독자의 판단이 중요해진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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