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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이 오너 전유물 아니라는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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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이 오너 전유물 아니라는 판결

입력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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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이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소액 주주들이 낸 주주대표 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내린 판결은 앞으로 기업 경영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법원은 우선 부당한 주식 매각에 대해서는 이사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경영상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적정한 거래라고 볼 수 없을 경우에는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경영판단의 특수성이 인정돼 배상액이 1심에 비해 대폭 줄었다. 판단 과정이 크게 불합리하지 않으면 실패한 경영판단이라도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절하지 못한 결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경영판단의 책임을 일일이 물을 경우 기업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사의 회사 내 위치와 의무 등에 비추어 보아 단순히 거수기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히 했다.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보는 이유는 그런 맥락에서다.

기업 돈으로 뇌물을 준 것에 대해 총수가 배상하도록 한 판결도 의미가 크다. 그 동안의 '관행'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최초의 법률적 판단이다. 뇌물을 준 기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과는 별도로,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이 배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정치자금을 준 것은 기업을 위해서였다는 기업측 주장을 근본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비상장 주식의 평가에 대한 판결과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편법이나 변칙적으로 자행돼온 증여·상속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이 어느 한 쪽의 편을 든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소액 주주들이나 기업 경영자들이 경영의 정도(正道)를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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