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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동북아 지역연대와 자국중심주의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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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동북아 지역연대와 자국중심주의의 모순

입력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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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동북아를 시야에 넣고 새로운 지역적 개념을 설정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예를 들면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 강상중(姜尙中) 교수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은 동북아 지역공동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북아 연대가 과연 어떠한 사상적 문화적 공통기반에서 이뤄질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동아시아·이데올로기를 넘어서'가 그런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책이다. 저자는 쓰쿠바(筑波)대 교수로 동아시아 정치사상이 전공인 후루타 히로시(古田博司)이다. 책은 동아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사상을 유교로 상정, 유교가 지닌 하나의 요소인 중화사상(中華思想)이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한국, 일본에서 나타나는 역사적 맥락을 분석한다. 중화사상이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다른 나라나 민족은 '야만'이라고 보는 자국 중심주의를 말한다. 저자는 중화사상의 근본을 '예(禮)'라고 본다. '예(禮)'란 관혼상제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해놓은 예법을 말한다. 예법을 아는 것은 문명화의 증거로서 의미가 있으며 우월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유교가 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중화사상도 같이 전파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베트남의 경우 15세기에 자신을 북국(北國)인 중국과 대등한 나라인 남국(南國)이라고 칭하며 주변의 라오스나 캄보디아에 대해 우월감을 드러내는 형태로 중화사상이 나타난다. 한반도에서는 17세기 조선시대에 자신을 소중화(小中華)로 칭하며 예법을 중시해 명 나라에서 주자학이 쇠퇴한 이후에도 더욱 더 예법을 고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사상은 일본을 야만시하는 시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편 일본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관계로 예(禮)를 중시하는 유교가 그대로 유입되진 않는다. 그 대신 에도(江戶) 시대 말기에 천하태평을 중시하는 황국사상(皇國思想)이 발전했다. 황국사상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를 멸시하는 풍조를 만들어 낸다.

저자가 문제 삼는 것은 중국, 한국, 베트남, 일본에서 똑같이 드러나고 있는 중화사상, 즉 자국 중심주의이다. 다시 말하면 동북아시아의 연대를 상정할 때 각 나라마다 나타나는 내셔널리즘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또한 저자는 동북아시아 연대를 주장하는 측에 대해 '왜 일본의 내셔널리즘만 비판하고 한국의 내셔널리즘은 비판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도 제기한다. 논란의 여지는 많겠지만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황 선 영 도쿄대 비교문학 ·비교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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