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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샤먼 이야기

입력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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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종 지음 정신세계사 발행·1만3,000원

우리 민족의 시원지로 여겨지는 한반도 북방 시베리아의 숲과 초원은 수많은 신들의 고향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올림푸스 산의 신만 신이 아니다. 중앙아시아와 알타이, 시베리아 일대에 퍼져 사는 수많은 소수 민족들의 신화는 장엄하고 풍성한 신들의 세계를 전하고 있다.

부산대 노문학과 양민종 교수가 쓴 '샤먼 이야기'는 한민족의 영혼의 뿌리가 가서 닿는, 그러나 지금은 낯설어진 북방 시베리아의 샤머니즘이 전하는 신들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책은 샤머니즘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접근으로 시작해,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심장부인 러시아 남부 바이칼 호 주변에 사는 부리야트 족의 샤머니즘으로 곧장 파고든다. 특히 수백을 헤아리는 부리야트 족 샤머니즘 신들의 복잡하고도 촘촘한 위계질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기존 연구에서 볼 수 없던 것이다.

샤머니즘 연구서는 많다. 최근에 나온, 이 책과 같은 지역을 다룬 것으로는 한국 민속과 샤머니즘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의 '동북아 샤머니즘과 신화론', 영국인 역사학자 안나 레이드의 '샤먼의 코트―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를 꼽을 수 있다. 김열규 교수의 책은 주로 동북아 샤머니즘의 신화를 한국의 그것과 비교 연구함으로써 한국 문화의 원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고, 안나 레이드의 책은 시베리아 지역 소수민족들의 역사와 문화를 샤머니즘을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달리 양민종 교수의 책은 부리야트 족 샤머니즘의 신들의 세계에 초점을 맞춰 샤머니즘의 본질, 곧 신과 인간의 조화와 질서를 추구하는 우주관이자 철학으로서의 샤머니즘의 특성을 집중 조명한다.

이 책은 학술서이지만 딱딱하지는 않다. 딸과 함께 알타이와 바이칼 지역의 샤머니즘을 찾아 답사여행을 하면서 딸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쓰고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학문적 검토가 필요한 새로운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샤머니즘이 전세계에 걸쳐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일반적 해석과 달리, 저자는 바이칼 호 지역의 샤머니즘은 동북아 샤먼 세계의 심장부이자 세계 샤머니즘의 핵심으로서 다른 지역의 그것과는 다른 독자성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동북아에서 샤먼 세계의 구조는 삼라만상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애니미즘 현상으로 보기엔 너무나 고도화되어 있고 기성 종교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부리야트 족 샤먼이 단순히 신의 강림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신들을 찾아 영혼 여행을 떠나는 것도 동북아 샤머니즘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이 모든 논의의 끝에 저자가 도달하는 결론은 이렇다. "샤머니즘은 미신적인 원시 종교가 아니라 창조적 상상력의 보물 창고이며 고대인의 철학이 담긴 인류의 문화 유산이다." 그는 동북아 샤머니즘에 관해 가장 많은 자료가 남아있는 러시아의 1차 자료를 검토하고 직접 현지를 답사해서 확인한 것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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