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27·삼성·그림)이 시애틀 매리너스, LA 다저스와 잇따라 만남을 갖기로 하는 등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이승엽은 미국 도착 둘째날인 20일(한국시각) 스포츠매지먼트사 SFX의 에이전트인 존 김과 함께 시애틀로 이동, 매리너스 구단 실무자들과 만나 입단가능성을 타진했다. 21일 구단 고위관계자들과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예정인 이승엽은 22일에는 댄 에번스 LA 다저스 단장과 면담을 가진다.
시애틀은 히데 스요시 스카우트가 일찍부터 이승엽의 어린 시절은 물론 성장 과정,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환, 한국에서 뛴 9시즌에 대한 분석을 마친 상태이다. 스요시는 테드 하이드 스카우트와 함께 이달 초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를 직접 참관하며 이승엽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러나 이승엽이 출국 전부터 내키지 않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시애틀을 선택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시애틀은 한국선수의 스카우트를 맡고 있는 이재우 전 OB 감독을 통해 "3년정도 빅리그 계약을 하되 1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적응기간을 가질 것"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이 50만∼60만달러에 그치는 데다 1년 후 메이저리그 승격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 시애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이승엽 측근의 전언이다. 시애틀이 은퇴하기로 했던 지명타자 에드가 마르티네스와 1년간 최대 700만달러에 재계약하는 등 이승엽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 많은 것도 걸림돌이다.
이에 반해 다저스는 이승엽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재 노장 프레드 맥그리프와의 계약이 끝나 1루수 자리가 비어있다는 점이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지명타자나 1루수로 뛰어야 하는 이승엽이 다저스에 입단할 경우 내년시즌부터 당장 1루수 자리를 꿰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이용한 마케팅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다저스도 이승엽의 상품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협상이 급진전할 가능성이 높다.
계약성사 여부는 '몸값'에 달려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다저스는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100만달러를 포함 총300만달러(약36억원) 선에서 이승엽의 몸값을 잠정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팀 매각을 앞둔 다저스가 300만달러의 거액을 투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실제협상에서는 몸값이 하향조정될 수도 있다.
한편 존 김은 "애너하임으로부터 투수와 중견수 보강을 우선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해 애너하임 진출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시사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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