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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선택형 "선물 리스트" 적힌 청첩장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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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선택형 "선물 리스트" 적힌 청첩장 인상적

입력
200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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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골드 코스트에선 가을만 되면 많은 한국 신혼 부부들을 볼 수 있다. 신혼 부부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은 똑같이 맞추어 입은 두 사람의 옷차림 때문이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 보면서 한국의 결혼식을 생각해 본다.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결혼 전의 그 복잡한 절차들이다. 예식장과 신혼여행 예약은 둘째다. 남자들의 집 장만과 신부들이 사야 하는 가구와 각종 전자 제품, 종종 양가의 문제로 비화하는 예단과 예물…. 이렇게 복잡한 형식과 절차, 양가의 기 싸움으로 신랑, 신부는 결혼식 전에 이미 지쳐 버린다. 정작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결혼식은 30∼40분에 서둘러 마쳐야 할만큼 빡빡한 스케줄로 진행된다.

하객들은 식이 시작하자 마자 점심을 먼저 먹는 것이 낫다며 식당으로 몰려간다. 요즘은 부유층의 호화 결혼식이 서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니 이래 저래 한국의 결혼식은 정상이 아닌 듯싶다.

이 곳 호주의 결혼식은 말 그대로 실용적이다. 물론 호화 결혼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결혼식은 교회에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조용히 치러지며, 두 사람의 증인(결혼식엔 꼭 있어야 한다)과 신랑 신부만 참석하는 간결한 경우도 있다. 두 사람의 서약으로 식이 끝나면 피로연을 갖는데 이 또한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호주의 결혼 피로연에서는 신랑 신부의 아버지와 친구들, 그리고 막 부부가 된 신랑 신부의 인사말을 들을 수 있다. 아버지와 친구들은 신랑 신부가 자라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의 답사가 끝나면 두 사람의 춤이 시작되면서 피로연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바쁘거나 혼잡한 분위기는 없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청첩장을 보내면서 결혼식 참석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참석자 수 만큼 피로연 자리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청첩장에는 없는 특정 백화점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하객들이 축의금을 내지만 여기서는 돈 대신 신랑 신부가 자기들이 필요한 물품들을 소소한 것부터 제법 비싼 것까지 리스트를 만들어 백화점에 비치해 두면 손님들이 그것을 보고 자기 예산에 맞는 선물을 고르는 것이다. 손님들은 각자 주머니 사정에 맞게 선물을 고민 없이 고를 수 있고, 신랑 신부는 자기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을 중복되지 않게 선물로 받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우리나라처럼 예물과 예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허례허식이 없는 호주의 결혼식을 우리의 서민들이 본 받으면 어떨까.

우리 사회가 조금씩 더 성숙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결혼식 문화도 '꼭 필요한 만큼'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워 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윤 미 경 호주 쉐라톤 미라지 골드코스트 호텔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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