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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日대학 "운명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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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日대학 "운명의 2004"

입력
200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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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일본의 대학들이 죽느냐, 사느냐의 경쟁시대에 들어서게 된다.국립대 법인화, 사립대 재무제표 공개 의무화, 법과대학원 개교 등이 시작될 2004년을 일본 교육계에서는 "메이지(明治)유신기 제국대학 설치 이래 대개혁의 해"로 부르고 있다.

국립대 법인화

내년부터 법인화하는 89개 국립대에 학교운영의 자율이 늘어나는 대신 엄격한 평가를 통해 국가로부터의 교부금 지급에는 대학별로 차등이 생기게 된다.

문부과학성의 6년간 중기목표에 맞춰 각 국립대는 학교운영계획을 미리 제출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3자 평가기관인 '국립대법인 평가위원회'가 목표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학교운영은 지금의 교수회 중심에서 총·학장 중심으로 바뀌는 대신에 외부인사가 포함된 이사회가 중요 사항을 결정토록 했다.

기업과 기술이전기관(TLO)을 설립하고 벤처기업을 육성해 연구비를 조달하는 것도 허용되고, 수업료도 지금의 평균 52만엔을 표준액으로 10%를 상한으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전국 국립대의 교직원 12만명은 공무원 신분에서 법인 직원으로 바뀌기 때문에 총·학장의 인사권이 강화된다.

점차 국립대에 대한 정부 교부금을 줄여나가면서 민영화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산학연계를 통해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총·학장의 경영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 확실하다.

경쟁시대의 개막으로 이미 6개 국립대가 3개교로 통합했고 14개교가 통합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립대 도산시대

일본 사립학교진흥 공제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00여 개 사립대 중 28%인 140여 개교가 정원미달이었다.

18세 인구가 10년 사이에 205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줄었고 2009년도에는 전체 대학 정원과 거의 같은 121만명이 된다.

그러나 내년 봄 대학 졸업예정자중 직장이 결정된 취직 내정률은 10월1일 현재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9%포인트 낮은 사상 최저의 60.2%에 불과하다.

대학 입학 연령 인구는 줄고 대학을 나와봐야 별 볼일이 없으니 지원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 뻔하다.

경영난으로 단기대학(전문대)은 2000년도 이후 16개교가 신입생 모집을 중지해왔지만 4년제 대학으로는 올해 처음 릿시칸(立志館)대가 모집을 포기해 충격을 주었다.

여기에 국립대가 학생 및 자금 유치에 뛰어들면 본격적인 사립대 도산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부과학성은 사립대 등을 경영하는 학교법인에 대차대조표 등 재무제표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 2004년도 결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또 사립대도 내년부터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문부과학성이 인정하는 제3자 평가기관으로부터 교육 및 경영평가를 받아 공개해야 한다. 퇴출을 위한 옥석 구분이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학교채 발행을 위해 신용평가회사에 자발적으로 경영평가를 의뢰하는 대학들도 나오고 있다.

법과대학원 설립

내년도 4월부터는 미국식 로스쿨인 법과대학원이 개교한다.

원래 지금의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약 2배인 3,000명 정도로 늘리고 전문능력을 높이기 위한 사법개혁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명문으로 살아 남으려는 대학에게는 또 다른 시험대이다.

MBA스쿨과 함께 로스쿨이 대학 서열의 중요한 지표인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대학도 명문으로 남으려면 법과대학원 개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립대 20개교, 공립대 2개교, 사립대 50개교 등 72개교가 문부과학성에 개교 신청을 해 심사가 진행 중이며 이달 말 판정이 나온다.

72개 신청교의 법과대학원 입학정원을 모두 합치면 6,000여명이 돼 "법과대학원 졸업생의 사법시험 합격률은 70∼80%가 바람직하다"는 법무성 기준을 벌써 넘어섰다.

개교 인가를 받아내도 사법시험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서는 '2004년 쇼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대학 거품이 터지고 생사의 기로에 서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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