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영업실적이 추풍낙엽처럼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은 이미 금융감독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3%를 넘어섰고, 제2의 카드부실 사태 등의 여파로 향후 진로 역시 암울하기만 하다.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6,31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조2,414억원(66.5%)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의 영업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충당금 적립전 이익(12조3,503억원) 역시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한데다 부실여신(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처음으로 3.3%대를 기록, 국내 은행산업이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해 1∼9월 1조5,129억원의 흑자를 냈던 국민은행의 경우 올 9월까지 3,8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실적이 급락했다. 현 상태로는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 시중은행 중에는 우리은행만이 지난해 동기보다 순이익이 대폭(8,269억원) 늘어났을 뿐 조흥(-7,696억원), 제일(-1,236억원), 외환(-736억원), 신한(-1,317억원), 한미(-1,512억원), 하나(-856억원) 등 나머지 모든 은행의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카드사가 따로 분리된 덕분에 카드부실에 따른 손실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 실적악화는 대동소이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영업 부문별로는 이자 부문의 이익이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적립과 가계대출 부문의 대손상각 증가로 2조1,960억원에 그쳐 지난해 동기보다 3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부문은 신용카드 자산감소와 연체율 급등의 여파로 지난해의 3,903억원 흑자에서 2조1,53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편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월말보다 0.1% 포인트 증가한 3.3%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9월말 2.4%, 연말의 2.3%에 비해 부실여신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시중은행 중에는 국민은행이 4.8%, 조흥은행이 4.9%를 각각 기록, 금감원이 정한 3% 지도기준을 맞추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조흥은행의 경우 신한지주 편입, 국민은행은 국민카드 흡수합병 등의 변수를 감안해 3% 지도기준 달성시한을 내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SK네트웍스 사태와 신용카드 부실 등의 여파로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영업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하지만 올들어 분기별로 당기순이익 규모가 점차 늘고 있어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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