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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뻥과 미학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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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뻥과 미학의 차이

입력
2003.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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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에서 이런 내용을 보았다. '강남 타워팰리스 안의 스타슈퍼에서 파는 이 물은 그린란드 빙하 밑에 생성된 물이 수심 4,000m 이하로 내려가 수 천년 동안 인도양·태평양 밑을 거쳐 대순환을 하다가 일본 고치현에서 해수 표면으로 솟구쳐 오른 것이다.'거기에 누군가 빈정거리듯 이런 댓글을 달아놓았다. '물이 그 수준이라면 타워팰리스의 돌은 우주 빅뱅 때 떨어져 나온 안드로메다 성운의 별 하나가 태양과 충돌한 파편이 지구로 돌진해 지하용암에서 2억년을 견디다가 고베 지진 때 밖으로 튀어나온 돌로 추정된다고나 할까.'

용호상박이긴 하지만, 이런 뻥들은 깡통처럼 요란하기만 할 뿐 수사의 미학이 없다. 그러면 그게 뻔히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 말의 미학은 어떤 것이냐구? 오늘 아침 내가 마신 차의 설명이 그랬다.

'중국 항주의 미인들이 청명 날 아침 이슬로 세수를 하고 나와 입술로 딴 차'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미학적이게 하는 것은 그 차 값이 주먹만큼씩 넣어 한 봉지에 우리 돈으로 1만원이라는 사실. 이 아니 즐겁고 흐뭇한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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