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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렉시의 "애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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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렉시의 "애송이"

입력
2003.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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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의 노래 '애송이'를 좋아하는 이는 대부분 여성이다. 왜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지 물으면 "속시원해서"라고 한다. 렉시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섹시하면서도 당당해 보인다"고 한다. 반면 남성들의 반응은 "노래가 뭐 그래"다. "그래도 실력은 있는 것 같더라"는 말도 덧붙인다.애송이란 바로 세상의 모든 남자를 뜻한다. 남자란 그저 우스운 존재일 뿐이다. 섹시한 척 치장해서 남자의 마음을 녹이려고 애쓰는 것도, 그냥 착한 척하는 것도, 또는 아등바등 있는 힘을 다 해서 남자를 뛰어 넘는 것도, 타고난 성을 버리고 남자처럼 털털한 척하는 것도 다 부질 없다. 남자들, 그냥 무시하면 된다.

하지만 무시하되 무시당하는 건 이기는 방법이 아니다. 다가오는 남자들의 코를 끊임없이 납작하게 해 주며 '너 웃겨'라고 코웃음 칠 수 있도록 매력 넘치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다.

'예쁘다'며 접근해서 이름과 나이를 묻고 어떻게 얽어 보려 하다가는 '너 같은 바보 애송이랑 안 놀아' 하는 소리만 듣는다. 이 여자는 남자를 '뒤돌아 쎈 척하고, 지 혼자 만족하고, 뒤돌아 후회하고, 저 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는 너무도 잘난 여자다.

남녀가 언제부터 경쟁하는 사이로 변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여성이 남성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요즘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여전히 아니꼬운 일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게 여성의 현실이다. 이 세상 남자들을 향해 '너희들 모두 아웃이야!'를 외치고 싶은 욕망은 여성들의 마음 속 어딘가에서 꿈틀대고 있다. "렉시의 애송이를 들으면 내가 특별한 여자가 된 것처럼 너무 통쾌하다"며 대리만족을 얻는 걸 보면 말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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