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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메이커]서오석 여자양궁 국가대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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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메이커]서오석 여자양궁 국가대표 감독

입력
2003.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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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면서도 국민의 관심을 못 받는 것이 양궁이다.올림픽 때 한번 온 국민을 숨죽이게 해놓고는 4년간 잊혀지는 종목. 김진호 김수녕 같은 슈퍼스타가 사라진 후에는 더욱 그렇다. 양궁인들은 "제2의 김진호 김수녕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우수 선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인데…"라며 억울한 표정이다.

한국 양궁은 여전히 세계 정상을 누리고 있다. 금년 7월 세계선수권(뉴욕)에서도 여자가 단체전 우승과 개인전 1∼3위, 남자가 개인전 우승의 호성적을 올렸다.

"그때 한번 신문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할 줄 알았는데 같은 날 한희원이 미국 LPGA 첫 우승을 이루는 바람에 우리 기사는 귀퉁이로 밀리고 말았지요."

당시 여자대표팀을 이끌었던 서오석(46·徐五錫) 감독은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다.

과거 김진호를 키운 정갑표감독을 비롯, 김형탁 이기식 감독이 대표적 지도자였다면 지금은 서오석 감독이 있다. 그는 90년대 이후 한국 여자양궁의 금메달 제조기로 알려져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서 97년 2관왕, 99년과 2001년 개인전 우승을 캐내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는 양궁협회의 요청에 따라 여자보다 열세인 남자팀을 처음 맡더니 1년간의 훈련후 88올림픽이후 12년만의 단체전 우승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여자팀으로 돌아와 2003년 세계선수권 2관왕 획득에 이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준비중이다.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그는 '역시 서오석'이라는 찬사속에 자신의 지도력을 완벽하게 공인받았다. 당시 양궁은 코치진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올림픽 1년전 남녀팀 각 2명의 코치를 선임한 후 코치 1명당 4명의 후보선수를 배정, 최종대표를 많이 배출한 코치에게 시드니 지휘봉을 부여키로 한 것. 그 결과 오교문 장용호에 완전 무명인 김청태를 포함, 서코치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 최종 선발전을 통과해 3명의 대표자리를 모두 채운 것. 대신 99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홍성칠, 97세계선수권 2관왕 김경호, 96올림픽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김보람등 쟁쟁한 스타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시드니 올림픽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 왔다.

국가대표 지도자로서의 업적만 있는 게 아니다.

인천 선인고와 국민대 선수생활을 거쳐 지도자로서 첫 발을 딛은 여주종고에서 훗날 한국양궁의 간판이 된 김경욱(96올림픽 2관왕)과 이은경(99세계선수권 2관왕)을 키웠다.

훈련장에 조명시설이 없어 자동차 전조등을 켜고 연습 시키는 극성끝에 김경욱이 3학년, 이은경이 1학년때인 88년에는 연속 2개대회(문화체육부장관기 중고연맹전)에 걸린 금메달 12개를 싹쓸이 하기도 했다.

김경욱은 그해 서울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심판의 확인 전에 화살 3개를 뽑아 실격 당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후배 이은경은 1학년때부터 전관왕을 차지하고 다음해 일찌감치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현 소속팀 전북도청에서는 무명선수 박성현(20)과 박미경(21)을 조련해 태극마크를 달아줬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보다 국내에서 대표로 뽑히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은 4명중 2명이 그의 제자인 것이다.

박성현은 2000년 전북체고 3학년때까지 전국체전 여고부 30m 동메달이 최고성적. 그러나 키(170㎝ 72㎏)가 크고 힘이 좋은 점을 높이 산 서감독은 그 해 말부터 4개월간의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자세교정, 장비교체를 거쳐 완전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으며 박성현은 처음 출전한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하고, 세계선수권 개인전 결승에서 대선배 김경욱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루었다.

박성현은 금년들어 세계선수권 결승서 져 2위에 머무는 등 시드니올림픽 2관왕 윤미진에게 3개의 국제대회 우승을 내주다가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결승에서 설욕, 다시 1인자로 올라섰다.

그의 비결은 빈틈없는 훈련과 선수의 골격과 힘까지 감안한 맞춤지도, 그리고 열정과 카리스마이다. 때로는 심한 체벌도 마다하지 않지만 한번 인연을 맺은 선수는 진로까지 책임을 진다. 동서증권 감독시절 IMF사태를 맞아 팀이 해체 된 후 92바르셀로나올림픽 2관왕인 조윤정 등 소속 선수들을 자기 집에서 8개월간 데리고 훈련시키고, 99년 전북도청 팀을 만들어 함께 입단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대표선수들은 근력을 키우는 웨이트훈련과 심폐기능 향상을 위한 트랙 30바퀴 달리기, 불암산 달리기등 지옥훈련을 감수해야 한다. 창가에 발을 올리고 하는 팔굽혀 펴기를 10개도 못하던 박성현 박미경은 이제 200개 이상을 거뜬히 해낼 정도가 됐다.

보통 여자선수들이 40파운드의 활을 쓰는데 반해 박성현은 45파운드, 박미경은 44파운드의 강한 것을 사용한다.

'강한 활을 쓰면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직선으로 날아가 훨씬 유리하다' '심폐기능이 좋아야 오랫동안 호흡을 정지하고 조준해도 흔들림이 없다' '항상 똑 같은 힘으로 활을 당기고 일관성 있게 릴리스 하도록 매일 400발 이상씩 반복훈련을 해야 한다' '시간을 끌면 긴장이 커지므로 자세를 갖추면 2,3초내에 빨리 쏘도록 한다'는 게 그가 강조하는 원칙들이다.

● 약력

1957년 경기 포천생

선인고 국민대 삼익악기 수원시청 선수

1986년 여주여자종합고 감독

1990년 대구서구청 감독

1993년 동서증권 감독

1999년 전북도청 감독(현)

1990년∼현재 국가대표 코치 및 감독

2000년 체육훈장 청룡장 수훈

■ 독특한 환경적응 훈련

서오석 감독의 훈련중 특색있는 것은 환경적응 훈련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전 그는 선수들을 잠실야구장으로 데려갔다. 과거 선수들은 혼자 참선을 하며 집중력을 키웠으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경기방식이 본선 64강전부터 1-1 맞대결을 하는 올림픽라운드로 바뀐 후 소란스러워진 경기장 분위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

"97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 4강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진 것도 관중의 영향이었죠. 양궁장에서는 각국이 '타도 한국'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우리 경기때는 더욱 시끄럽고 일방적인 응원이 펼쳐지기 마련이거든요."

전광판에 선수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관중이 떠들어대는 야구장, 축구장 이야말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분위기와 흡사해 최적의 훈련장이다. 때로는 일부러 야유를 보낼 학생들도 동원한다. 처음에 신인들은 긴장을 풀지 못해 활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올해도 세계선수권대회 전에 미사리 경정장과 잠실야구장에서 훈련한 게 담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효과를 보았다.

박성현은 지난 유니버시아드 8강전에서 북한의 권은실을 만났을 때 "북한 응원단이 나를 응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쐈다"고 밝힐 정도로 배짱이 넘쳤다. 강풍에 대비해서는 바람이 많은 구리의 LG축구장을 찾아가 오조준 연습을 한다.

서감독은 또 단체전 연습을 많이 실시한다. 실제 경기와 똑같이 3명(올림픽), 4명(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등)이 순서대로 쏘는 연습을 반복해 선수들이 가장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최고의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오더를 찾아내는 것. 실제 2001년 세계선수권에서도 공격적이고 대담한 장용호를 첫 사수로 내보내 기선을 잡고, 어린 김청태를 중간에 세운 후 주장으로서 가장 안정된 경기를 펼치는 오교문을 맨 뒤로 돌리는 전략이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석근 편집위원 s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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